| [키워드로 보는 명화이야기]춤(Dance) 툴르즈 로트렉의 ‘물랑루즈’ 내 안의 억압 뚫고 자유로운 飛翔…끝없는 열정을 채우다 |
| 2020년 06월 04일(목) 1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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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우리는 몸동작을 통해 최초의 의사 표현을 시작했을 것이며, 주술적인 의식을 치르기 위해 행해졌을 춤은 어쩌면 인류 예술의 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렇듯 때로는 우아한 발레 혹은 재즈댄스 그리고 한류 열풍을 몰고 온 K-Pop 댄스까지, 열정을 뿜어내는 춤 동작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져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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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춤이라 하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pop 댄스를 빼놓고는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 왔다. 그 중 세계적인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블랙스완’에는 춤에 관한 멋진 명언과 그에 걸맞은 현대무용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A dancer dies twice - once when they stop dancing, and this first death is the more painful” 20세기 왕성한 활동을 했던 현대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의 명언 중 한 구절로 ‘무용수로서 실제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춤추기를 멈추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춤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담겨있는 이 명언은 방탄소년단에게 음악에 대한 고민으로 다가왔고, 무용가에게서 얻은 이 모티프를 활용해 모방이 아닌 진정한 뮤지션을 꿈꾸는 자신들의 바람을 춤과 노래로 표현해냈다.
그렇다면 화가의 눈에 비친 춤은 과연 어떠했고 무엇을 의미했을까? 음악뿐만이 아니라 ‘그리다’와 ‘춤추다’도 참 많이 닮아있다. 세심한 관찰력에 날카로운 표현력을 더해야 완성되는 그림이나 자신의 감정을 동작 속에 담아 표현해야 하는 춤, 이 모두가 보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릴만한 감흥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춤에 관한 그림을 이야기 하자면 툴르즈 로트렉(Henri Marie Raymond de Toulouse-Lautrec Monfa·1864-1901)의 그림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의 화풍에 대해서는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물랑루즈’에 등장하는 화려한 의상과 춤사위를 떠올려본다면 쉽게 상상해 볼 수가 있다.
명망 높은 귀족 집안의 자제였지만 계속되는 근친혼의 부작용으로 쉽게 뼈가 부러지는 장애를 갖은 채 태어난 로트렉은 어릴 적 다친 다리가 자라지 않아 기형적인 모습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가 자라면서 발생하는 일상 속 미묘한 갈등들은 점점 커다란 문제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전형적인 귀족 집안이던 가족들 사이에서 아픈 손가락처럼 여겨지던 그의 위치는 늘 짐짝처럼 그를 짓눌렀다. 그러나 높은 자존감과 뚜렷한 소신을 가진 로트렉은 언제나 당당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직업 화가’가 되고자 했던 것은 귀족 신분을 포기하는 일과 같았다. 당시에는 그림을 그려 돈을 버는 것이 귀족의 품위를 해치는 것으로 여겨졌고, 로트렉도 이를 알고 있었던 바였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 보면 로트렉이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행했던 일이라고도 볼 수가 있다.
이렇게 귀족의 혈통을 버리고 인생을 180도로 뒤집은 로트렉은 ‘몽마르트르’로 향했고, 새로운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로트렉은 그곳에서 매춘부나 무희 그리고 써커스 단원 등 파리 뒷골목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리의 보헤미안적인 문화가 물씬 풍기는 물랑루즈에서 자유롭게 그림 그리기에 몰두해 갔다.
로트렉이 살았던 파리는 1차 대전이 벌어지기 전 황금기라 불렸던 ‘벨 에포크’ 시기였다. 정치적인 안정으로 여가와 유흥이 발달했던 이곳에 위치한 댄스홀 ‘물랑루즈’는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로트렉 또한 지정석이 있을 정도로 수없이 댄스홀을 방문했고 이곳의 무희들과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려가며 생활을 이어갔다.
그의 작품 ‘물랑루즈에서의 춤’(1890)을 보면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캉캉춤’을 추고 있는 여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치마를 걷어 올려 다리를 차대며 춰야 하는 캉캉춤 때문에 드러난 여인의 빨간 스타킹은 촌스럽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질끈 묶은 빨간 머리와 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칙칙한 색의 겉옷은 마치 앞에 서 있는 기품 넘치는 귀부인과 대비라도 되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표현돼 있다. 단정한 핑크빛 옷을 입은 귀부인은 이 상황이 민망하다는 듯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똑바로 앞을 보지도 못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캉캉춤을 추고 있는 그녀의 맞은편에 선 중절모 쓴 남자는 발끝에 힘껏 힘을 주고 서 있는데, 이 사람은 당시 너무 유연한 몸동작 탓에 뼈 없는 발렌타인이라고 불리던 물랑루즈의 남자 댄서다.
1830년경 프랑스에서 시작된 캉캉춤은 1845년부터는 물랑루즈를 중심으로 쇼 등에 등장하며 파리의 명물이 돼갔다. 댄스홀에서 유행한 서민적인 이 사교춤은 주름이 잡혀 풍성한 치마를 두 손으로 들어 올리고 빠른 템포에 맞춰 흥이 넘치게 다리를 앞으로 차올리거나 한쪽 무릎을 들고 다리를 빙글 돌리는 등 어찌 보면 기예에 가까운 동작을 반복하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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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아카데믹한 그림보다는 개성 넘치고 자유분방한 주제를 주로 그렸던 로트렉의 두 번째 작품으로 소개해볼 것은 석판화이자 최초의 포스터라고 불리우는 ‘물랑루즈 콘서트 안내 포스터’다.
포스터 속에는 먹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스타 댄서 ‘라 굴리’가 무대 중앙에서 일명 ‘기타 춤’을 추고 있다. 몸통과 수직이 되게 들어 올린 다리를 곧게 펴서 마치 기타를 치는 것처럼 튕기는 손동작을 하고 있고 그녀 앞으로는 신사가 보인다. 튀어나온 턱이 인상적인 이 신사는 변호사의 아들 르노댕으로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는 중이다. 이들 주위를 에워싼 실루엣들은 그들의 춤을 구경하는 관객들로 밝은 조명 아래서 춤추는 이들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다.
1891년 샤를 지들러에게서 댄스홀 물랑루즈를 홍보할 목적의 포스터를 그려달라는 의뢰받게 된 로트렉은 그저 화려하기만 한 기존 포스터의 진부함을 탈피하려 했다. 그리고 단지 정보전달만의 목적이 아닌 창의적인 그림과 글씨 등을 통해서 개성 넘치는 포스터를 만들어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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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화가 로트렉에게 춤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37년이라는 짧은 삶에 있어 그에게 춤은 ‘스스로 택한 화가로서의 인생’을 그대로 반영시켜내는 ‘물랑루즈 그 자체’였고, 자유롭지 못했던 신체적 제약을 간접적이나마 해소시켜 주는 ‘활력소’와도 같은 존재였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독자들에게 춤이란 무엇인가? 음악에 맞춰 자연스레 몸을 움직여보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춤이 될 수 있는 것이기에, 춤을 그리 어렵게도 혹은 건전치 못하게 생각할 것만도 아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조용한 리듬에 한번 몸을 맡겨 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