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돈은 눈먼 돈(?)’…곳곳서 서민 피해 잇따라 [지역주택조합 빛과 그림자] (2)피해 사례 급증 깜깜이 운영 등 법 사각지대 악용 불법행위 만연 광주서 수십억원대 분양 사기 등 사건 줄이어 행정기관 관리·감독 근거 없어 서민들 피해 노출 오승지 기자

2020년 06월 16일(화) 19:54

광주지역에서 최근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한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 재건축·재개발보다 조합 가입 문턱이 낮은 탓이다. 정부는 지역주택조합 폐해를 최소화하고자 주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로 서민들의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행정기관에서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근거도 없어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16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올해 4월기준 광주지역 지역주택조합은 61개, 조합원 수만 2만2천600여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도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각종 불법행위에 노출돼 있다.

실제 광주 동부경찰서는 동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분양대행사의 수십억원대 중복분양 사기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비조합원 등 80여명이 다중계약 피해를 호소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경찰 전담팀이 현재 분양대행사와 조합 사무실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중이다.

아파트 다중계약 피해가 속출한 이 지역주택조합에서는 정상적인 계약을 맺은 일부 조합원도 돈을 떼였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그 피해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어 경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허위로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한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2018년 동구 학동 부지에 500세대 규모의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한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29억원을 가로챈 대행업체 대표가 구속됐고, 업체 관계자 6명이 입건됐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사기 당한 계약금의 10% 정도만 되돌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일부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1군업체 등 대형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와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한 사기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법적 사각지대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례로 조합원들의 투자금으로 부지를 더 확보하거나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한 일종의 ‘사업비 명목’으로 사용했다고 하면 사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른바 ‘같이 사업하다 실패했고, 개인적으로 쓴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나오면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조합에 가입할 때 문제 발생시 탈퇴 가능 여부, 조합비와 투자금 회수 여부, 입주시기와 사업기간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또한 행정당국 차원의 마땅한 지원책도 없다. 민간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행정기관에서 인·허가는 내줄 수 있어도 이를 구체적으로 제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때문에 문제 발생후 민원이 접수돼서야 조합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실정이다. 조합 구성원간의 내부 분쟁, 사기 행각, 조합장 선출 등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자치구에 중재의뢰 및 민원을 접수하거나 경찰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홍보중인 아파트 및 지역주택조합측의 건축 사업계획은 대부분 확정적이지 못해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행정기관 차원에서의 자체적인 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코자 하는 서민들의 경우 장점과 리스크를 모두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