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를 찾아 꿈속에서 서울에 이르렀소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74) |
| 2020년 06월 30일(화) 1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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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당 강담운
수정 발 밖에서는 날이 점점 저물고
늘어진 수양버들 난간 벽 덮었는데
꾀꼬리 방해를 마소 그대 찾는 꿈속엔.
水晶簾外日將 垂柳深沈覆碧欄
수정렴외일장란 수류심침복벽난
枝上黃鶯啼不妨 尋君夢已到長安
지상황앵제불방 심군몽이도장안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한다. 봄바람이 스치면 잠자고 있던 마음이 부스스 눈을 뜨면서 설레는 것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였으리라. 봄바람은 벌써 봄소식을 한 등에 짊어지고 산을 넘고 등을 넘어 성큼 다가오는데 규방의 여심이 어찌 마음 편할 수 있었으리. 봄바람과 함께 봄에 머금은 꿈도 그랬던 모양이다. ‘수정 발 밖은 아직 날이 저물어 오는데, 늘어진 수양버들이 푸른 난간을 뒤덮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그대를 찾아 꿈속에서 서울에 이르렀소’(春夢)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지재당(姜只在堂) 강담운(姜澹雲·1863-1907)으로 김해 기녀 출신 여류시인이다. 차산(此山) 배문전(裵文典)의 소실이었고, 시뿐만 아니고 글씨에도 뛰어났다. 첩으로 기구한 일생을 보냈으며, 자기의 생애(生涯)를 되돌아보며 한스러운 사연들을 글로 남겼다. 풍경시가 많고 시집 ‘지재당고’에 45수가 전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수정 발 밖은 아직 날이 저무는데 / 늘어진 수양버들 푸른 난간 뒤덮었구나 // 가지 위의 꾀꼬리 울음소리 절대 방해 마오 / 그대를 찾아 꿈속에서나마 서울에 이르렀소이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봄날의 한 바탕 꿈]으로 번역된다. 흔히 봄꿈이라는 말을 한다. 봄이 돌아오면 한 해를 설계하고 실낱같은 희망들도 품어 본다. 그래서 우리는 ‘춘몽’이라고 했으며, 때에 따라서는 일장춘몽이라 하여 한바탕 혼자서 허투루 꿔 보는 꿈이란 말까지 했었다. 봄꿈은 새로운 도약이기에 누구나 설계할 수도 있다.
시인은 이와 같은 새봄을 맞이하면서 선경의 시상을 떠올리고 있다. ‘수정 발을 쳐놓은 창밖은 날이 점점 저물기만 한데, 축 늘어진 수양버들 푸른 난간 뒤덮었다’는 깊숙한 시상 한 줌을 떠 올리고 있다. 봄은 멀리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마음에 둔 사랑의 터전 속에서 품어 나온다.
시인은 화자의 입을 통해 그가 바라는 봄꿈은 아무래도 임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음을 알게 한다. 가지 위의 꾀꼬리 울음 그대는 방해 마오, 그대 찾아 꿈속에서는 서울에 이르렀다는 한 소회(素懷)를 담아내고 있다. 꾀꼬리 울음을 들을 수 있도록 방해하는 주체는 아무래도 수양버들이었을 것임을 알겠다.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마음을 쥐어흔들어서 깨운 꾀꼬리 울음에 취했을 것은 뻔해 보인다.
※한자와 어구
水晶: 수정. 簾外: 발 밖. 日將 : 날이 저물어 오다. 垂柳: 늘이진 수양버들. 深沈: 깊숙하게. 覆碧欄: 푸른 난간을 덮다. // 枝上: 가지 위. 黃鶯: 꾀꼬리. 啼不妨: 우는 것을 방해하다. 尋君: 그대를 찾다. 夢: 꿈속에서. 已到: 이미 도달하다. 먼저 오다. 長安: 장안. 서울.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