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중산층의 기준 - 수필 고병균 |
| 2020년 07월 06일(월) 1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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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대한민국의 중산층을 다음 다섯 가지 기준으로 설명했다. 첫째는 부채 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다. 이 기준은 건축업자로 하여금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건축하도록 강제하고, 서민들도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려고 빚을 내게 한다고 했다. 둘째는 월 급여 500만 원 이상일 것이다. 이 기준은 근로자로 하여금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을 회피하게 만들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게 한다고 했다. 이것도 그럴 듯하다. 셋째는 중형차의 소유이다. 대한민국에서 중형차란 엔진의 배기량이 1,600CC 이상 2,000CC 미만인 차량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이렇게 정해져 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2,000-2,400CC급 모델을 중형차라고 한다. 더 고급이다. 이 기준은 자동차 제조 회사에서 차종을 개발하는 기준이 된다. 이 기준 이상의 차종을 개발하게 된다. 넷째는 예금 잔고 1억 원 이상을 보유하는 것이다. 나의 통장 잔고가 1억 원을 넘었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37년 봉직하고 퇴직했을 때 단 3일 동안이었다. 다섯째는 일 년에 한 차례 이상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나는 60세가 되었을 때,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회갑 기념으로 가까운 일본에 다녀왔다. 그 후로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에 다녀온 해외여행은 중국의 장가계,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이런 기준이라면 나는 중산층에 끼지 못한다. 한참 부족하다.
신사의 나라 영국의 기준은 무엇일까? 첫째는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것이다. 돈의 많고 적음이나 재력과는 상관없다. 이 기준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당성에 관한 인식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장에서 말썽이 났다면 그것이 정정당당했는지 따질 것이다. 정당했다면 국민의 추앙을 받게 된다. 둘째는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지는 것이요, 셋째는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이며, 넷째는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게 맞서는 것이며 다섯째는 불의와 불평등, 불법에 의연히 대처하는 것이다.
영국의 기준은 돈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대한민국의 그것과는 다르다. 정의(正義)라고 하는 도덕적 가치관과 관련이 있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기준은 어떠할까? 첫째는 외국어 하나 정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이웃 나라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영국, 작아도 잘 사는 나라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도 있다. 이들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둘째는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을 것이다. 이 기준이 프랑스를 축구 강국으로 만들었다.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하는 국가가 되었다. 셋째는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 이상 있을 것이다, 프랑스 국민들로 하여금 음악이나 미술을 사랑하고 좋아하게 만들었고, 프랑스를 예술의 나라로 만들게 한 기준이다. 넷째는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이다.
프랑스의 기준은 개인의 능력을 강조한다. 그것이 교육의 방향을 강제한다.
중산층의 기준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국민의 사상을 지배한다. 그것이 선거에도 크게 작용하여 지도자의 성향에까지 영향을 준다.
이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중산층에 관한 기준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물질 중심에서 건강하고 건전한 국민생활을 유도하는 내용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각자의 임무에 충성하는 것, 남의 탓 하지 않는 것, 연간 몇 시간 이상 노력 봉사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그 기준을 바꾸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한강의 물줄기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래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 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나서서 물길을 돌려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자가 진정한 지도자이고 국가적 영웅이다.
고병균 약력
▶ ‘한비문학’ 수필, ‘동산문학’ 시 등단
▶가오문학상 수필부문 대상(2016)
▶이청준 소설 현장 기행문 공모 우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 동산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일곡도서관 수필쓰기 교실 강사
▶수필집 ‘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1·2), ‘소록도 탐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