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지방의회 안 된다 최명진 (사회부 기자)

2020년 07월 14일(화) 17:53

광주 서구의회가 물의를 빚은 의원들의 징계에 늑장 대응을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서구의회 모 의원의 허위봉사실적 및 은폐 정황이 밝혀진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의회 홍보예산으로 산 기념품의 대부분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모 의원의 행위까지 알려지면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지연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거세다. 서구의회는 제258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윤리특별위 구성 및 위원 선임의 건’을 의결키로 했지만 의원들 간 의견 불일치로 안건 심의는 연기됐다.

서구의회 위원회 조례 제7조에는 ‘의회는 특정한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필요한 때에는 본회의의 의결로써 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본회의에서 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및 윤리특별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이 가결됨에 따라 서구의회 윤리위원회가 구성됐다. 하지만 위원장·부위원장 등을 포함한 위원은 정하지 않아 구색만 맞추고 있다는 여론에 휩싸여 있다.

의회 내부에서는 상임위원장과는 달리 윤리특별위원장을 맡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의원에 의한 의원윤리 심사는 다수당으로 구성된 의회의 특성상, 결국 ‘제 식구 감싸기’에 지나지 않아 징계에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전체의원의 5분의1 이상이 요구를 할 경우에만 안건으로 올릴 수 있으며, 안건에 올리더라도 재적의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하므로 사실상 징계가 이뤄지기 어렵다. 또 이번 본회의에 이르러서야 위원회가 본격 구성된다고 하니 의원 윤리심사기구는 사실상 공백상태다.

현재 서구의회의 특별위원회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만 본회의에서 의결해 구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상시적인 의원 윤리심사기구 운영을 위해 윤리특별위의 상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새로 구성된 올 하반기 원구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 더 이상 유명무실한 지방의회가 돼서는 안된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 윤리위원회의 실질적 징계로 정치적 책임감을 심어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