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이후의 삶 오승지 (사회부 기자)

2020년 07월 28일(화) 19:05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것도 억울하지만, 주변의 편견과 소문이 가장 큰 상처입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의 아내 A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에게 건넨 첫 한마디였다.

남편이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A씨와 자녀들도 집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하게 됐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동선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익명으로 남편의 양성 판정 사실이 밝혀진 후 2시간 여 만에 수십 통의 전화가 빗발쳤다. A씨가 살고 있는 동네의 소규모 커뮤니티인 일명 ‘맘카페’에 가족의 신상정보가 공개돼 확진 및 자가격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지인들의 전화였다. 재난문자 발송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자녀들의 이름과 나이, 학교 등과 함께 남편과 접촉했던 자가격리자 이름까지 공개된 것.

공직자 등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A씨는 방역당국으로부터 최초 정보유출자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역학조사에 따른 동선이 발표되면서 A씨 가족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남편은 당시 무증상 상태였고, 양성 판정을 받기 전에는 생계를 위해 타 지역을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졸지에 코로나19 확진자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파렴치한이 돼 버렸다. 확진자 정보 관리가 미흡한 탓이다. A씨 가족처럼 정보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역학조사 과정에서 검체 검사를 받은 가족이나 주변인들의 정보 관리 역시 면밀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이와 함께 확진자들의 완치 이후의 삶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현재 광주시와 자치구들은 코로나19 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들의 완치 이후의 삶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이나 자가격리로 인해 일감이 끊긴 자영업자나 생계 위협에 놓인 취약계층의 문제 등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확진자 발생은 곧 완치자도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는 ‘위드 코로나’ 상황이지만, ‘포스트 코로나’도 반드시 온다. 완치 이후의 삶을 돌보는 여건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