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붐’은 옛말…생사 갈림길 선 동네책방 이야기 한미화 출판평론가 출간 전국 책방 현장 취재 통해 책 생태계 생존 방식 모색 정겨울 기자

2020년 08월 02일(일) 18:13

‘동네책방 생존 탐구’ 한미화 지음/혜화1117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들이 줄을 잇던 출판업계에 10여년 전부터 작은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독립서점’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 ‘독립서점’, ‘동네책방’, ‘작은 서점’ 등으로 불리는 이 서점들은 책 마니아들의 인기를 얻으며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서점 주인이 자유롭게 주제를 정하고 책을 소개하는 ‘북 큐레이션’(Book Curation)이 인기를 얻고, 전국 각지의 골목골목마다 독특하고 개성 강한 작은 책방들이 앞다퉈 등장하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책방 순례’란 이름 아래 전국 각지의 동네책방을 돌기도 하며 각 서점마다의 문화를 향유했다.
이처럼 동네책방은 창업 붐을 몰고 오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사실상 책방지기들은 늘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의 1세대 독립서점도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이같은 상황을 미뤄짐작할 수 있다.

25년여간 책 생태계 안팎에서 활동해온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새 책 ‘동네책방 생존 탐구’를 통해 오랫동안 동네책방을 관찰해 온 결과물을 펴냈다.

한 평론가는 따뜻한 시선과 어조로 줄곧 책과 책을 둘러싼 세상을 대해 왔던 이다. 그런 그의 눈에 한동안 문을 닫는다는 소식만 줄곧 이어지던 서점들이 언젠가부터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문을 여는 현상이 포착됐다.

비교적 초창기부터 이런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한 그는 급기야 전국의 수많은 책방들을 직접 찾아나서기 시작했고, 현장 취재와 수많은 동네책방 주인들과의 인터뷰는 기록으로 축적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기록을 토대로 동네책방의 창업 전성기와 그 현상이 갖는 여러 의미에 대해 다루는 책을 완성하는 것은 얼핏 자연스러워보였다.

그러나 막상 원고를 쓰다 보니 책방의 창업 붐보다는 생존을 둘러싼 동네책방들의 고군분투가 눈에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책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개인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해보이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가 쓰는 책은 ‘동네책방 전성기’에서 ‘동네책방 생존 탐구’로 그 방향을 달리하게 됐다.

수많은 책방들이 왜 열심히 일하면서도 다음달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지, 결국 왜 문을 닫아야 하는지, 동네책방과 온라인서점, 대형서점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무엇인지, 그것으로 인해 어떤 위험이 예상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즉, 그는 이 책을 통해 책방을 둘러싼 섣부른 낙관이나 부정적인 전망을 손쉽게 담는 대신 책방의 존재 이유와 의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과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한 사항을 모두 아우름으로써 오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그것을 발판 삼아 내일을 모색할 디딤돌을 제안한 셈이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