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은 미리 고쳐야 최명진 (사회부 기자)

2020년 08월 12일(수) 19:29

최근 광주·전남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막심하다. 이번 재해로 10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3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시설 및 재산 피해도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침수지역에 대해 사전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집중호우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서구 서창동 용두양배수장의 경우가 그렇다. 영산강 인근의 서창동은 강물 범람 우려가 있는 침수 위험지역에 해당한다. 양배수장은 농업용수를 받아다가 한해(旱害)가 들면 강에서 물이 부족한 논밭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물이 역류되지 않게 관문을 닫고 펌프로 물을 하천 쪽으로 뿜어내 침수를 막는 다.

서창마을 인근에는 너비 1.5m, 높이 2.5m 규격의 제방 배수통문 2개가 설치돼 있다. 재해 예방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이나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마을이 물바다가 되는 사태를 막을 수는 없었다.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물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며 강물이 유입되는 초반에 미리 배수문을 닫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는 주장이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양배수장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양배수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마을에 물이 들어차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인재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배수문이 제때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진상 파악 중이다.

서창동은 지난 1998년에 이미 물에 잠긴 바 있다. 물난리 이후, 지자체에서는 물이 빠져나가는 양수장을 만들면서 마을에 다시는 물이 차지 않게끔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22년이 지난 지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재난 예방은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힘들다. 침수피해가 예상되는 곳이나 위험요소 등을 미리 점검해 철저히 대비해야한다. 장마철을 대비해 배수 관련 시설 점검만 잘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정확한 예방 점검과 선제적인 대응으로 더 이상 똑같은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