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철학교수와의 인연 박돈희 |
| 2020년 08월 17일(월) 1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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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요일 서울을 다녀왔다. 코로나19의 엄청난 공포 속에 조심조심 다녀왔다. 다행이 무탈이다. 코로나19는 냄새도 없고 눈에도 보이질 않는다. 과학기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알아내기도 어렵다. 지금 전 세계가 악마와 같은 코로나19와 국경 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다. 코로나19의 위세는 핵폭탄보다 더 무섭다. 나라마다 국민보호를 위한 전쟁이다. 사람마다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10개국 정도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개발에 온 힘을 다 쏟고 있다. 전문가의견은 내년 봄 정도면 백신개발이 성공하여 제품이 시중에 나온다고 한다. 한국도 백신개발에 선두경쟁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니 대단한 나라로 성장을 하였다. 그렇지만 앞으로 8개월 정도는 방역관리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 싸움에서 승리의 월계관을 한국이 맛보길 고대한다.
이당 안병욱 교수의 탄신 100주년 기념식을 지난 화요일 서울 숭실대에서 개최되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0여명의 참석자들도 모두 코로나19 방역에 동참하느라 애들을 먹었다. 필자는 안 교 수와의 인연이 1968년 고등학교 시절부터이다. 그는 철학교수가 되기 전 일본유학시절 애국시인 윤동주 선생을 만나 3일간의 꿈같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들끓는 독립정신에 매료되어 철학교수가 된 후 그리고 정년 후도 평생을 대한민국의 부국강국의 여념으로 살았다. 강국의 기본 요소가 인물이기에 그는 인물 만들기에 매진한 사람이다. 안 교수는 흥사단의 회원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그는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시민들에게 수없는 강연으로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그 분이 가는 장소에는 청중이 만원이었다. 안 교수는 강연뿐만 아니라 대중이 읽어야 할 책들을 매년 출판하는 유명작가의 소유자이기도 하였다. 필자는 고교시절 교회에서 50여명을 놓고 인물 되기 강연을 처음 들었다. 안 교수의 특유한 호소력에 나도 인물이 꼭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동기다. 그 때 안 교수의 강연 내용 중에 “당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라”가 기억에 남는다. 사람을 대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상대방의 얼굴이다. 사람 얼굴이 그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얼굴을 잘 가꾸라고 하였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질문을 하라고 하였다. 내가 이 얼굴의 주인인데 주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라고 하였다. 그때 거울 속의 내 얼굴이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다. 빙그레 웃는 모습이 아니고 온통 화가 난 표정이었다. 지금도 거울 속의 내 얼굴이 내 맘속의 얼굴이 아니라 항상 못 마땅한 표정이다. 성직자와 어린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얼마나 맑은가. 아직도 인물 되기는 거리가 한참 멀다.
대학생 시절 향우회임원이 되어 그 시대의 최고의 명강사인 안병욱 교수와 김형석 교수를 섭외하여 시골극장에서 새 말씀 대 강연회를 개최하였다. 극장은 입추여지가 없이 만원이었으며 청중의 호응도 뜨거웠다. 대성공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극장 앞 다방에서 강사료를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선배 동문들이 약정한 모금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강사료 지불에 차질을 빗게 되었다. 주최한 필자로선 당황스러웠다. 그 관경을 본 안 교수는 자기가 받은 강사료를 김 교수에게 먼저 드리라고 위기를 묘면 시켰다. 지금도 고맙기 그지없다. 안 교수는 가끔 광주를 방문하였다. 서울 가는 차편이 지금처럼 편리한 시절이 아니라, 시간의 공백이 많았다. 그때마다 안 교수를 자동차에 태우고 무등산 산장 길을 한 시간 정도 드라이브를 함께하였다. 무등산은 사계절 아름답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광주는 도시한가운데 아름다운 무등산을 갖고 있어 참으로 자랑스럽다.
필자는 안 교수와 해마다 연하장을 주고받았다. 매년 엽서에 답장을 주시는데 한자로 쓰신 글씨가 명필이다. 한자에 나오지 않는 안 교수의 독특한 서체를 개발하였다. 이것이 이당(怡堂)체이다. 이당체는 즐거운 집이란 뜻을 이번 탄신 100주년 기념 강연에서 알았다. 안 교수는 흥사단 지방 지부에 많은 이당체 서예를 기증하였다. 그 판매수익금으로 지부 사무실을 마련하라고 하였으니 그분의 큰 뜻은 지금도 감격스럽다.
탄신100주년 기념식에 100세가 넘은 안 교수의 우정 어린 단짝 친구 김형석 교수가 인사말을 하였다. 단상에 올라가는 모습이 아직도 청년 같았으며 안 교수에 대한 회고담을 특유의 김 교수의 육성으로 듣게 된 행운을 얻었다. 필자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한분은 모교 은사로서 한분은 흥사단 동지로서 숭모하며 살아가길 노력하고 있다. 한분은 백세의 건강을 유지하는 모습이고 한분은 자기의 타고난 재주를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을 일깨워주신 분이다.
필자서재에 걸려있는 교학위선(敎學爲先)의 안 교수 이당체의 교훈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