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민주화운동 40주년기념 큐레이터 장경화 '오월의 미학'](11)송 창 분단, 무거운 주제를 일으켜 세운 야생의 미학 |
| 2020년 08월 25일(화) 18: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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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진보진영은 불합리한 현실을 규명하는데, 크게 두 가지 이념문제로 진영이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남과 북의 분단에서 출발된다는 ‘NL계열’인 주사파와 다른 하나는 계급과 노동에 관한 문제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PD계열’로 구분한다. 80년대 이후 민중미술화가는 다수가 ‘NL계열’의 이념논리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나, 일부는 ‘PD계열’ 이념에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송창은 분단(NL)의 주제에 관심과 집중을 40년간 일관성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 5월과 예술로 역사와 시대에 증언하다
송창은 1980년 2월 미술대학을 졸업한다. 그리고 그해 3월 초, 경기도 성남의 중학교 미술교사로 임용돼 성실하게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80년 5월은 그가 성남에서 중학교 미술선생을 했었을 때 이야기다.
어느 날 모든 언론방송에 광주뉴스가 1면에 등장하면서 ‘폭도에 의해 광주 소요사태가 발생됐으니 광주시민은 동요하지 말라’는 방송만을 거듭했다. 그때 마침 광주 선배화가의 서울전시의 작품설치를 돕기 위해 퇴근 후 전시장에 나갔으나, 작품과 선배가 없어 전화를 해보니 ‘광주가 봉쇄돼 작품을 가지고 상경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장성에 계신 부모님과 광주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보니 언론과 방송내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근무하던 학교 교직원에게 아무리 광주상황을 바르게 설명해도 이해하려는 사람은 없고 ‘광주는 북한에 협조하는 빨갱이다’라고만 했다. 그는 억울하고 또 억울하고 갑갑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광주 5월’은 경기도에 있는 송창의 가슴에 새긴 울분의 상처는 ‘웰컴 투 광주’(1988년 작)로 토해 놓았다.
송창은 대학시절부터 ‘노동요’를 주제로 작품을 제작했다. 시골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농부의 애환과 한을 흥으로 전환했던 민속놀이를 주제로 삼아왔다. 그러나 80년 이후 그의 예술관은 시대를 읽는 눈을 훈련시키면서 ‘예술이란 사회와 어떠한 관계를 갖고 접근해야 하는가?’ 즉, ‘예술과 사회관계를 어떠한 관계를 정립시켜야만 하는가?’, 그리고 ‘동시대성을 어떻게 예술에 반영시킬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를 예술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가 새로운 예술관을 구축하는데 결정적 영향은 80년 5월 광주가 출발점이 됐다. 그리고 화우들과 거듭되는 토론을 해가면서 논리를 세운다. 이 시기 같은 생각으로 고민하고 토론을 하던 몇몇의 화우들과 함께 그룹 ‘임술년’(1982년 결성)을 결성한다.
그는 ‘예술의 태도와 입장은 역사와 시대 앞의 진솔함으로 증언자가 돼야 한다’는 ‘리얼리즘(Realism) 예술론’을 존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현실적 상상력을 경계하며, 현실에 충실한 형상성을 취한다.
그가 이러한 자신의 형상성을 이끌어내는 데 대해 미술평론가 성완경씨는 그의 첫 전시에 “분단이라는 현실적 주제를 ‘냄새’로 그려낸다”고 평하고, 이를 다시 미술평론가 이영욱씨는 “놀라운 예술적 직관력을 드러내는 다른 측면으로 ‘냄새’라는 표현이 암시하는 분단의 생태학적 포착”이라고 규정했다. 두 사람의 평가는 그가 역사와 시대를 읽어내고 주제를 마주하는 통찰력과 미학적 아우라(Aura)가 동물적 감각이 느껴진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송창, 그 성품을 아는 주변 지인은 그가 그려놓은 작품을 보면서 놀라곤 했을 것이다. 그는 조용하고 온순한 성품에 말수도 적으며, 수줍음을 잘 타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품의 사람이 무거운 주제와 마티에르가 두터운 거친 그림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대작으로만 작품을 토해놓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의 작품에 꽃과 여인, 고요한 자연풍경을 기대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성품의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예술을 드러내거나 포장을 하지 않고, 지나칠 정도의 과묵함으로 작품 활동과 미학적 평가에 비해 한국화단에 두드러지지 못했다.
▶분단, 그 뜨거운 시대를 거친 호흡으로
송창은 80년대 초반부터 ‘난지도-매립지’를 주제로 한 시리즈와 고통 받는 민중의 삶을 본격적으로 담아내곤 한다. ‘난지도’ 연작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돼 가던 풍경을 놓치지 않고 주목했다. 그리고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목격된 강남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돼, 살고 있던 사람들이 정든 집을 떠나고 도시를 떠나가던 모습을 주목했다. 자본을 앞세운 약육강식의 경제논리와 사회적 정서는 가난한 자, 어려운 자가 그 공통을 분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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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그의 작품 ‘사기막골 유원지’(1984)를 주목한다. ‘난지도’ 시리즈 중 하나로 작품은 전반적으로 검붉은 톤의 거친 붓자욱은 고통 받는 사람들의 형상이다.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 도시를 떠나야만 하는 가난한 민중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담아냈던 작품이다.
그는 썩어가고 지저분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화려한 도시의 어두운 뒷모습을, 즐겁고 밝음보다는 고통스럽고 아픔으로 포착하고 형상화시켜 가는데 동물적 날카로움이 있다. 사람의 형상은 허름한 집을 떠나가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름 없는 민중이다. 그 민중은 시대가 어려울 때 목숨으로 나라는 지켜야만 했던 자들이다. 임진왜란, 동학란, 일제에 맞선 독립군, 5·18 시민군, 광화문 앞 촛불 등으로 평화시대에는 권력에 짓눌려 있다가 시대와 국가가 어려움에 봉착되면 무서운 모습으로 드러나는 그들이었다.
동아갤러리 초대전(1997)에 그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제작한다. 그의 고향 장성입구에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지는 분단의 고통과 모순을 상징하고 있는 공간이다. 6·25때 많은 지역양민이 희생된 장소로 전두환 시절 그 공간은 밀가루와 교환돼 지금은 농지로 변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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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나무를 전시장에 설치하고 아래 부분에 실크스크린으로 역사에 상장적인 인물과 현장을 부착해 전시장 공간에 설치했다. 그리고 전시장 공간에 매달린 소나무는 우리에게 증언한다. 6·25의 분노와 분단의 고통의 함성이다.
이렇게 소나무는 전시장에서 과거에 있었던 우리의 시간을 기억하고 어떠한 일이 있었던가를 증언하고 있다. 그는 과거 사실에 대한 기억을 모두의 경험으로 다시 일깨워 세워놓았다. 시간이 거듭 할수록 생생해지는 자신의 기억을 객관화시킴으로서 과거 고향의 소나무로부터 해방을 찾아가려는 생물학적 예술적 감성의 카타르시스 방식의 야생적 설치작품이다.
순박하게 보이는 그의 모습과는 다르게 80년대와 90년대를 야생적 예술방식의 창의력으로, 뜨거웠던 시대를 캔버스와 공간에 거친 호흡의 자기양식으로 빛을 발했다.
▶분단 70년, 120년 전부터 시작된 역사
그의 작품 활동을 위한 예술관은 40년 전에 잉태해 현재까지 유지됐다. 그 원동력은 일본제국의 대륙침략의 야욕과 함께 우리민족의 모든 모순과 갈등은 ‘민족해방’과 함께 드러나게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친일청산 문제와 좌·우익 이념갈등, 그리고 민족전쟁 아픔과 독재정권에 대한 항거를 묵시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모순과 갈등은 민족전쟁이 남긴 상처인 ‘분단’으로 귀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의 예술적 화두는 그 지점에 머물러 ‘3·8선’과 ‘휴전선’은 70년 시간을 통한 거시성은 대한제국(1897)까지 올라가는 역사기행을 한다. 그러니까 분단을 바로보기 위해서는 그는 120년의 역사를 통섭함으로서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며, 그 상징을 ‘분단’으로 귀결시키려는 것이다.
우리민족은 일본의 대동아전쟁 폐전으로 해방을 맞이하면서 한반도는 일본을 대신해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과 북으로 분단됐다. 그리고 민족전쟁이 있었다. 왜 그래야만 했던가? 독일은 폐전이후 동서로 나뉘었는데…. 왜? 일본대신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나뉘어졌을까?
이에 대한 역사적 의문을 그는 예술적 화두로 이어가고 있다. 역사를 조망하면서 사실을 근거로 예술적 분석과 상상을 하는 송창은 단순한 분단만을 보는 평면적 역사관이 아닌 분단을 시점으로 전과 후 역사적 상황, 그리고 주변국가의 움직임까지 소홀하지 않게 관통하기 위해 역사와 시대를 입체적 상상력으로 읽어가려 한다.
‘분단’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귀납적 방식의 역사관으로 조망하고 자신의 예술로 녹여서 담아내는 수없는 시도로 오래전부터 내공이 축척됐다고 보인다.
그는 캔버스 앞에서 분단의 시대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한 외적인 요소가 아닌 자신의 원시안적 안목의 조망과 차분하면서 생각(드로잉)을 많이 하고 있는 듯 하다. 즉, 시대흐름과 상황에 정직하게 마주하면서 예술적 상상력과 형상성을 가져가는 방식에 가공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배어 증명된다.
‘분단 70년’, 휴전선 일대는 버려지고 상처난 땅으로 억울한 망자들이 절규하는, 멈춰진 공포의 공간이다. 황량하고 비정함이 서려있는 군화발자국과 포탄이 곳곳에 묻혀있는 시야가 감춰진 비무장지대 민통선은 버림받고 외면당한 공간의 아픈 상처가 고스란히 남겨진 풍경이다.
그의 작품 ‘그 곳의 봄’(2014)은 화면이 3단으로 구성돼 있다. 중앙의 큰 화면은 휴전선 일대에 있는 UN군 화장장의 이름 없이 죽은 자의 표지석 풍경을 담고 좌측과 우측엔 화사한 꽃밭과 주인을 기다리는 평범한 개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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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석의 죽음은 시간이 흘러 꽃이 돼 가는 과정인가? 붉은 꽃으로 죽음은 다시 되살아나고 그 죽음의 어딘지 모를 고향 들판에 피어 한없이 아름답다. 그리고 70년간 이름 모를 개는 주인의 죽음이라도 기다리는 것인가? 휴전선, 죽음의 땅에 피어오른 봄이라는 명제의 작품은 그의 과거 작품과는 다른 예술적 상상력이 느껴진다. 세 가지로 구성된 화면은 거친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어둡고 두려움보다는 서정적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미래적 희망을 감추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땅을 가로 질러 흐르는 임진강, 70년간 단 하루도 멈추지를 않았다. 이제 죽음의 공간이자 땅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으며, 임진강은 오늘도 그 땅에 생명의 기운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이제 송창은 이러한 무거운 역사적 주제에서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조심스럽게 새로운 미학어법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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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1952년, 장성 출생)▶조선대 미술학과 및 경원대 대학원 졸업 ▶개인 초대전(11회, 광주시립미술관, 학고재갤러리, 동아갤러리, 나무화랑, 온다라미술관 등) ▶단체전 2020, 경계인의 풍경(해움미술관) 2016, 제6회 임진강 문화예술제(헤이리) 2015, 제8회 숯내를 흐르는 숨결(성남) 2014, 레트로 ’86-’88 한국 다원주의 미술의 기원(서울 소마미술관) 2012, DMZ 평화그림책 프로젝트(경기도미술관) 임술년 그룹 30주년 초대전 ○2008, 경기통일미술전-분단을 넘어(안산문화예술전당) 2000, 새로운 천년 앞에서(광주시립미술관) ▶작품 주요 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삼성엔지니어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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