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의 빛과 그림자 오승지 (사회부 기자)

2020년 08월 26일(수) 18:20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

최근 광주 북구 북동지역 인근에서 재개발 사업정비계획 입안이 재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십년간 도시역사를 지켜봐온 상가 원주민들이 저마다 내뱉은 말이다. 금남로상가주민대책위와 재개발추진위가 정비구역 지정을 두고 의견 충돌을 겪으며 향후 진행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북동구역은 13만6천250㎡ 부지에 3천여세대 고층 아파트 23개동 건립이 계획돼 있다. 이런 가운데 북동 재개발은 10여년 전 광주시 도시계획심의위에서 심의가 유보된 바 있는데 다시 추진 중인 정비구역 지정안이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남로를 중심으로 누문동·임동·계림동 일대에서 저마다 고층의 주택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더 증가한 만큼 과거 추진했던 정비구역 지정안은 현실과 맞지 않는 등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욱이 북동지역은 전통상업보존구역이자 역사문화환경보존, 중심상업지역으로서의 특색을 살리는 방향의 도시재생이 적합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우후죽순 들어서는 아파트 개발이 아닌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지역특색을 반영한 주거개발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 최근 광주에서 무분별하게 주택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부동산 투기세력의 결합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부적절한 ‘지분거래’가 없는 지도 살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광주시와 북구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견청취를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변경할 수는 있다며, 정비사업과 이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의 목적은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도시기능 회복 및 상권 활성화 등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북동구역 재개발 사업은 원주민 삶의 쾌적성을 제고하고, 도시 활성화 방안과 함께 원도심의 역사성을 유지하는 등의 방안을 다각도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단순히 수익만을 쫓기 위해 많은 세대수를 집어넣는 아파트 주택사업이 아닌 주민들의 협의를 통한 바람직한 도시재생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