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의대 틀어지면 ‘군공항 이전’도 어려워진다

2020년 09월 06일(일) 18:10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지난 4일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등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이로써 코로나19 사태 진료 공백을 막아 다행이지만, 전남 의대과 대학병원 설립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지난 7월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했을 당시 전남지역은 사실상 의대와 대학병원 설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크게 환영했다. 의료계 파업 기간에도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자체들은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그러나 기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방침 등을 다시 논의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전남 의대 유치와 대학병원 설립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대 정원을 최대한 확보해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에 각각 의대를 설립하고 병원도 별도로 설립하는 방안이 미뤄지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부정적이어서 정부·여당의 협의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좌초될 수 있다.

단지 숙원사업이 좌초됐다는 것 이외에 지역사회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지연이 대표적이다. 군공항 이전 사업은 의대 설립 승인과 패키지로 묶여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진척이 없는 군공항의 전남 이전을 위해서는 의대 같은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하는데, 만일 의대 설립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렇잖아도 더딘 군공항 이전에 속도를 내기는 힘들 것이란 주장이다.

전남도는 현재 의대 설립이 의료계의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반대와 다른, 별도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의료 기반이 매우 열악한 전남에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전남도는 정부·여당과 의료계의 논의 과정에 의대 유치와 대학병원 설립을 바라는 지역민의 염원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