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학대 예방업무 체계에 대한 제언 이동건 |
| 2020년 09월 07일(월) 18: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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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천안과 창녕 아동학대 사건이 터진 이후 학대위기 아동 사전 파악 제도의 작동 여부를 점검해 적극적으로 찾아내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이에 교육부를 중심으로 복지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 범부처가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아동청소년 학대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위기아동을 사전에 찾아낼 수 있도록 부처 간 적극 협력, 아동학대 대응 인프라의 확대, 학대조사업무의 공공화 전면시행,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 개정, 교육을 통한 인식개선 등이다.
이 가운데 핫이슈가 학대조사업무의 공공화 전면시행이다. 이는 당초 2022년 10월까지 전국 시군구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배치하도록 설계됐으나 이번 대책에서는 시행시기를 1년 앞당겨 2021년 10월부터 전면 시행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광주시도 북구와 광산구가 선도 지역으로 선정돼 당장 올 10월1일부터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전담공무원이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시·군·구 준비상황은 법과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통보해 줬다. 그러나 10월부터는 선도지역인 북구와 광산구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 각 자치구로 통보하도록 되어있다. 아동학대 신고는 365일, 24시간 신고 접수하는 시스템으로 각 자치구는 이에 대한 준비를 마쳐야 적절한 아동학대 업무수행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 발표한 아동청소년 종합대책에는 현장조사 이행력 강화 내용이 포함돼 앞으로는 모든 학대 의심신고 접수 시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경찰은 상호 동행요청을 하고 반드시 현장 출동토록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아동학대 상황을 신속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분리보호(응급조치·일시보호) 혹은 원가정 보호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이후 학대여부를 판단한다. 이때 시·군·구에서는 사례결정위원회를 개최해 전문성을 담보할 것을 지침에 담고 있다. 이후 서비스계획을 수립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사례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관하고 일정기간 재 학대 여부를 확인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종결여부를 결정하도록 바뀌었다.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은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고, 그 이유는 아동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사실 아동학대 조사와 사례관리는 분절해 업무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아동학대 조사자가 피해아동이나 행위자를 만나 조사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비언어적 메시지를 획득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사례판단 회의를 통해 사례담당자에게 전달해야만 가장 적절한 사례관리 계획수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사자와 사례담당자가 문서 또는 전산으로만 조사내용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비언어적 메시지를 포함한 많은 정보가 누락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결국 부실한 서비스계획을 양산할 것이고, 피해아동 관리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또한 24시간 신고접수가 돌아가는 시스템에도 구멍이 생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이 공무원은 순환보직으로 아동학대 업무를 전담으로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2013년 이서현 사망사건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것이 현장에 출동한 직원의 업무 미숙이었는데 당시 사건담당자는 입사 6개월밖에 안됐던 것이다. 아동학대 조사업무는 아동학대 처벌법 등 다양한 법을 숙지하고 현장에서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아동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조사 공무원은 최소한 3년은 그 직무에 종사해야 전문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아동학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이렇듯 많은 우려와 문제점이 예상됨에도 밀어붙이는 복지부 행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좀 더 신중한 정책결정과 집행이 아쉬운 대목이다. 경기도 공공형 아동학대 대응 모델 개발연구에 의하면 아동보호 및 아동학대 예방사업 계획과 추진의 역할을 담당할 총괄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가칭 ‘아동보호종합지원센터’ 또는 ‘시도아동권리보장원’을 설립해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을 흡수·통합, 조사와 사례관리 업무를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이라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