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공공배달앱 구축으로 지역경제 살려야 장연주 광주시의원

2020년 09월 08일(화) 18:15

9월 광주시의회 임시회가 열리고 의원 사무실에 도시락이 배달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시기인지라 예전처럼 식당을 편하게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달되어온 도시락을 먹으며 이제는 잘 나가던 식당도 배달 없이 영업하기는 정말 힘들어졌다는 말이 되새겨졌다.

1인 가구가 늘면서 확장되던 음식배달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행사나 모임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식보다는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배달을 하지 않던 식당이나 카페들도 코로나 시기를 버티는 자구책으로 배달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배달이 안 되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중국집이나 치킨, 피자만이 아니라 커피나 생선회, 빈대떡처럼 종류도 다양해졌고 아예 배달주문만 받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형태 또한 예전과는 다른 방식이다. 소비자가 홍보책자나 인터넷으로 식당을 찾아 전화로 주문을 하면 음식주문을 받은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직접 배달하던 방식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대신에 지금은 소비자가 핸드폰에 깔린 배달앱으로 주문을 하면 음식점에서는 조리와 포장을 하고 배달은 배달대행업체가 하는 방식이 대세가 됐다. 이렇게 확장되고 달라진 배달음식문화로 인해 배달앱 시장은 그야말로 엄청난 호황을 맞게 되었고 배달대행업체 또한 코로나로 모든 업종이 타격을 받는 와중에 인력난을 호소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이런 변화된 상황에 정작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어떨까? 배달이 늘어나서 매출이 올라 그나마 소득이 안정되었을까? 일이 많아진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은 얼마나 수익이 되고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까?

궁금하고 걱정이 되던 차에 비정규직지원센터와 함께 7월 한 달동안 실태조사를 했다. 그리고 지난달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는 외식업체 200업소와 177명의 배달기사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공배달앱의 필요성을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설문 결과를 보면, 외식업체의 95%가 배달앱·배달대행업체를 활용한다고 답했으며 5%만이 직접 배달한다고 했다. 이들 업체의 월평균 배달앱 가입비는 24만원이었으며 배달경쟁이 심한 피자·치킨업소는 30만원으로 높게 나왔다.

배달수수료는 월평균 157만여원으로 파악됐으며 피자·치킨 업소는 이 또한 186만원으로 높았다. 배달기사들의 사정도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건당 배달 수수료는 그대로인데 일은 많아져 초보자들은 버티지 못하고 한 두 달 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중한 건수로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이 높아졌으나 개인이 사고비용을 감당하는 수밖에 없어서 안전교육이나 산재보험 의무화 등이 시급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토론회에서는 민간독점 배달앱의 횡포에 의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배달앱 회사가 아무 협상없이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수수료를 책정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을 안 할 수가 없고 업소 간에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깃발꽂기(영토 확장하듯 돈을 내고 배달가능 지역을 넓혀 가는 것) 등으로 제 살 깍아먹기식 광고비 출혈도 크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 정보도 식당에 직접 주지 않고 배달앱 회사가 독점하고 소비자들은 앱의 댓글만으로 업체정보를 판단하게 되다 보니 더욱 종속되는 위치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이처럼 민간배달앱에 지출되는 비용이 많으면 외식업체가 배달수수료를 소비자부담으로 하거나 음식 단가 줄이기 등을 고민하게 되니 결국 소비자에게도 손해가 된다고 했다.

외식업체를 대표해서 토론에 참여한 분들은 더 이상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버틸 수 있는 업소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배달앱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배달기사들 또한 공공배달앱이 구축되면 이와 연결된 배달업체에서 합리적인 배달수수료와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어 배달대행노동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미 공룡이 되어있는 글로벌독점배달앱에 민간업체들은 감히 경쟁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니 지방정부가 공공배달앱을 구축하여 지역경제 보호에 나서야 한다.

광주시는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독점민간배달플랫폼을 이용함으로서 어마어마한 비용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 또한 자본력으로 왜곡된 정보가 아니라 공정한 평가가 반영된 정보로 음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보다 공적가치가 있는 소비를 선택할 기회를 갖을 수 있어야 한다. 자본력을 앞세운 민간독점배달플랫폼에 맞서 공공배달플랫폼은 상생경제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하여야 한다.

현재 지자체 공공배달앱은 전북군산시 ‘배달의 명수’와 인천시 서구 ‘서로 e음 배달서구’가 운영되고 있고 경기도도 10월부터 시범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으로 있다. 광주시도 하루속히 공공에 맞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소비자와 가맹점이 필요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는 공공배달앱 구축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