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항 이전 ‘속도 조절론’ 충분히 의견 수렴해야

2020년 09월 09일(수) 18:08

광주 군공항의 전남 이전 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자 민간공항도 무안으로 이전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군공항과 민간공항 이전의 철저한 연계를 촉구하는 목소리다. 광주시와 국방부가 이번 달 추진했던 군공항 이전 관련 전남지역 설명회를 전남도에서 무산시키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거세지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간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하는 데 합의하고 군공항도 전남으로 이전하는데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전남도와 지자체들은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 방안을 촉구하며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이용섭 시장은 민간공항 이전을 군공항 이전과 별개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최근 지역 내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 시장은 “광주·전남의 미래 상생, 국방부와 전남도의 자세 등을 고려해 때가 되면 발표하겠다. 최근 시의회에서도 의견을 개진했고 조금 더 종합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시장의 발언에 앞서 시민 제안을 정책화하는 ‘바로소통 광주’에 민간공항은 군공항과 함께 이전해야 한다는 제안이 공식 토론 안건으로 상정됐으며, 시의회 이정환 의원은 “민간공항을 전남에 아무런 조건 없이 이대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군공항이전 시민추전협의회도 민간공항 우선 이전 중단을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엊그제 전남도의회 나광국 의원은 “군공항 이전과 민간공항 이전을 결부시켜 정치 책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해 시·도의회 간 대립 양상을 보였다.

현재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에서는 군공항 이전은 절대 안 된다는 결기가 확연하다. 이에 맞서 광주지역에서도 민간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민간공항만 이전할 경우 2008년 광주공항 국제선의 무안공항 이전 때처럼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광주지역 내부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논의하는 과정이 좀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