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 기사 프린트

언택트 시대, 광주 살아남기 전략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장

2020년 09월 10일(목) 18:29

고단한 시절이다. 이 무슨 날 벼락인지. 열심히 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노~오력’도 별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아버릴 수도 없는 세상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진다.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면 확인하는 게 있다. 어제는 확진자가 몇 명이었고 집단감염은 몇 명이었는지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찾아본다. 그리고 언제쯤 코로나19가 종식될런지 한숨을 내뱉곤 한다. 3단계에 준하는 2.5단계, 누군가를 만날 수도 없고 함께 모여 일을 할 수도 없다.

그 뿐 아니다. 그리운 이들과 밥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다. 모든 것이 오프라인 상으로는 차단되고 있다. 노멀에 대한 그리움은 사치다. 이러다간 자칫 내일에 대한 꿈조차 꿀 수 없는 건 아닐까. 불안감과 막막함이 우리를 감싼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보고 느끼고 겪는 일이다.

언택트 시대는 우리에게 많은 걸 요구한다. 희생을 감수하라고 한다. 그리고 생전 해보지 않은 걸 하라고 강요한다. ‘어떻게?’라고 당황하면서도 결국은 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뾰족한 수를 찾아야 한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 중의 하나, 무관객 온라인 공연이다. 빛고을시민문화관도 이후에 개최되는 대부분의 기획공연을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했다. 단계가 조금 하향 조정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예산을 맞추기가 만만찮았다. 온라인을 생각지 않은 상태에서 연초에 짠 예산 때문이다. 자연히 초긴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공연의 퀄리티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럼에도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 하나로 예산을 쥐어짜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월요콘서트도, 렉처콘서트도, 수요 문화가 있는 날 열린 소극장도 모두 남은 공연을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할 터이다. 주어진 조건 아래서 최선의 것을 뽑아내려는 몸부림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8월 초께 ‘한여름 밤에 떠나는 세계음악여행-라틴음악’ 때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공연이 끝나고도 히트수가 1천회가 넘어서는 진기록을 보이는 등 나름대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지인들은 무심코 내게 던진다. 공연을 하지 않으니까, 좋겠다고. 일하지 않으니까, 얼마나 편하냐며. 밖에서 보기엔 그러나 보다. 하물며 내 가족까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며 살짝 당황했다. 사실은 더 복잡하다. 계획을 세운 뒤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가장 좋은 거다. 그리고 그게 가장 쉽다. 곤혹스러운 것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계획을 자주 변경하고 뒤엎고 다시 짜야 하는 경우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플랜을 짜놓고 코로나 대응단계가 올라가면 고민을 거듭하며 뒤로 미룬다. 그 와중에 플랜 B를 세운다. 더 이상 연기가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서다. 그리고 여차하면 플랜 C까지도 구상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다. 우리의 희망대로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본래의 플랜으로 실행할 수 있다. 해서, 여러 가지 각본과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한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우리들의 간절한 소망이 언제쯤 이뤄지려나 하는 것은 가슴에 묻어두고 머리로는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철두철미하게 대비해야 한다.

내년 빛고을시민문화관에 온라인 공연을 위한 영상장비와 설비를 갖출 요량이다. 더 이상 막고 품는 식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다. 아예 온라인 공연을 위한 상시적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거다. AI선도도시 광주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물러간다고 해도 대면과 비대면 활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의 안착이 필요하다는 거다. 언택트 시대, 살아남는 게 우리들의 미션이다. 무엇보다도 목숨부지가 최우선이다. 다음으로는 경제적 사회적 생존이다. 이거 역시 목숨 부지 차원과 다를 바 없다. 그냥 살아남자. 누군가는 이런 말조차도 신경질 나고 화날 수 있다. 우리, 최선을 다해 살아남자. 예전의 노멀이었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부채와 짐이 떠넘겨져도 감당하고 살아남는 게 최선의 전략이다. 그리고 좋은 날이 오면 다시 시작하자. 죽을 것만 같을지라도 지금은 각자 자기 위치에서의 삶에 최선을 다하자.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일단은 살아남는 게. 개인도 조직도 모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