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군상으로 표현해낸 동심의 세상 조각가 황경숙, 진한미술관 초대개인전 ‘사람·사람들’ 오늘부터 25일까지 교단생활 경험 속 사진·스케치 기반 뛰노는 아이들 등 갖가지 동세 포착 철조각과 테라코타 소재 작품 32점 “흙으로 아련한 향수 철로 삶 의미 탐색” 정겨울 기자

2020년 09월 10일(목) 18:36

황경숙 작가

평생을 교단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해온 예술가가 동심 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해 전시회를 연다.

조각가 황경숙씨는 11일부터 25일까지 15일간 광주 진한미술관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 ‘사람·사람들’전을 갖고 최근작을 선보인다.

전시작은 철조각과 테라코타 32점. 황 작가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틈틈이 찍어둔 사진과 스케치들을 이번 전시작의 원형으로 삼아 작업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행복’이다. 서른 한가지의 동세로 형태화한 생의 최고 순간이 표현됐다.

‘꽃과 사람들’

우리 일상에서 보이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사실은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인식을 갖고 인물들의 갖가지 동세를 포착했다. 각 동작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녹여낸 것이다. 작품의 골격은 관람자의 연령에 맞춘 회상과 힐링에 있다.

작품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테라코타와 철 조각. 그 중 테라코타는 흙이 좋아 조소에 입문했고 이후 47년간 작업해온 황 작가의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주는 매개체다.

황토색이 주는 따스함이 좋아 테라코타 작업을 줄기차게 해왔고 늘 해온 크로키의 맛을 살려 골격과 근육의 선과 면, 양감을 살려 조형성을 입혔다.

또 하나는 철 조각이다. 절제된 선과 면으로 전시주제를 풀어내기 위해 고뇌하다가 철이라는 소재와의 지난한 싸움을 벌였고 그것은 황 작가에게 도전이자 숙제였다.

숙제를 풀듯 철을 조심스레 다뤘고 지난 여름 폭염 속에서도 자기만의 색을 입힌 철 조각을 완성해냈다. 그 중 컬러링이 된 ‘피라미드’ 3점은 피라미드가 지닌 불가사의한 힘, 목표를 향한 인간의 무한 도전과 열정 등을 반영하고 있다.

황 작가는 “어린 시절 한번쯤은 주물러 봤을 흙을 통해선 아련한 향수와 순진무구했던 동심을 표현했고, 철로 만든 인간 군상을 통해서는 피라미드가 주는 강력한 힘과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색했다”고 말한다.

'길위의 사람들'

테라코타 속 인물들은 한 동세로 찍었기에 동일해 보이지만 각 인물마다 우연을 가장한 질감과 개성을 부여해 다르게 보이는 게 특징. 닮음과 다름을 통해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황 작가는 가만히 제시해본다.

시인 김종씨는 서문에서 “황 작가의 작품적 성과는 창조주의 그것처럼 작가는 물론이고 영적 노역에 몸 바친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에게도 기쁨을 전할 것”이라고 평했다.

진한미술관 초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광주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린다. 전시와 함께 관람객 참여행사로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란 공동 작품 만들기가 진행된다. 또한 책갈피 만들기 체험도 부대행사로 마련된다. 프리 오픈 행사가 11일 오후 2-6시 열린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