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대상 수상작]아버지의 무(武), 등산 동신여고 2학년 김무진 |
| 2020년 09월 14일(월) 19:26 |
자연스레 아버지가 떠오른다
진녹색 물감을 짜내 흩트리고 붓을 담가 추억의 색을 물들인다
해가 바뀔 때마다 한두 번씩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산에 올랐다
어느 날엔 들꽃을 한 아름 안고 사진을 찍다가
어느 날엔 나무에 등 기대어 주저앉았다
힘들다고 아무리 떼써봐도
아버지는 꿋꿋이 내 손을 잡고
저 높기만 한 정상으로 나를 이끌었다
조금 늦게 그림을 배우면서
온갖 핑계를 대며 거부했어도
아버지는 우거진 녹음을 그리는 나에게
산을 오르지 않는 이가 어찌 푸르름을 그리겠냐고
모순에 비치는 수목들의 그림자를 뒤쫓지 말아라
그리 다그치실 뿐이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바람과 풀냄새와 어린 눈에 담긴 산자락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었다
아버지의 두 발 옆을 바라보면
휘어진 나무와 일그러진 나무 테가 있었고
나의 그림에도 있었다
나의 그림에도 아버지의 자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