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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과 오월 광주 등 주제 이해도 높아…상상력 한계는 아쉬워

심사평 김정희 시인 (‘광주문학’ 편집주간)

2020년 09월 14일(월) 19:26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은 각자 섬이 되어 소통은 멀어지고 타인을 경계해야 하는 마음이 우울하다. 하지만 비가 없으면 무지개도 없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이번 광주매일이 주최한 제7회 가사문학백일장에는 시 67편과 산문 21편, 총 88편의 작품이 제출됐고 전반적으로 수준작이 많았다.

‘세상의 진리란 아름다움 속에 있었고 그 아름다움이 나누어 주는 즐거움 속에 있었다.’ 알베르 까뮈의 말처럼 세상의 진정성을 채워 줄 수 있는 진리는 아름답다. 이번 백일장에 참가한 작품들은 주최 측이 제시한 오월 광주의 진실과 무등산과 오월 광주, 그리고 가사문학 관련 자유 주제를 비교적 잘 이해하고 내용도 충실했다. 5·18이라는 광주의 비극적 현대사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다만 교과서와 영화, 연극 그 밖의 증언이나 현장 체험 학습을 통해 배운 교과서적 지식만으로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상상력의 한계도 보였다. 그들이 배운 5·18 텍스트 자료가 거의 같은 내용이었기 때문인지 비슷한 구조의 글쓰기가 많은 것은 아쉬웠다. 글은 아는 만큼 쓸 수 있다. 좋은 글과 나쁜 글은 한 문장 차이라고도 한다. 백일장에는 일정한 제목이 주어지는 만큼 참가자들은 주제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글을 써야한다. 산문의 경우는 글의 들머리나 마무리에 신경을 써야 하고 수사법이 참신한 개성적인 글이 선정의 기준이 된다.

이번 참가작 중 종합 대상의 영예를 안은 고등부 김무진(동신여고 2) 양의 시 ‘아버지의 武, 등산’은 제목의 해석부터 신선함이 눈에 들었다.

‘…아버지는 우거진 녹음을 그리는 나에게/ 산을 오르지 않는 이가 어찌 푸르름을 그리겠냐고/ 모순에 비치는 수목들의 그림자를 뒤쫓지 말아라/ 그리 다그치실 뿐 이었다// 중략… 아버지는 나에게/ 바람과 풀냄새와 어린 눈에 담긴 산자락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었다/ 아버지의 두 발 옆을 바라보면 / 휘어진 나무와 일그러진 나무 테가 있었고 / 나의 그림에도 있었다. / 나의 그림에도 아버지의 자취가 있다’

이 작품은 아버지를 따라 무등산에 올라 그림을 그리던 추억을 담담하게 회상하고 있지만 어휘력과 감수성이 특별히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더구나 문장에 매력을 더하는 수사법이나 기교에서 나무랄 데 없었다. 조금 더 보탠다면 언어와 언어 사이에 집을 짓는 것이 시를 쓰는 일이므로 사유의 자유로움, 즉 일상의 꿈과는 다른 꿈을 꾸어 보는 것도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산문부 최우수상 수상작인 박찬주(빛고을고2)군의 작품 ‘무등산의 겨울에는 꽃이 핀다’는 광주의 5·18을 폄하하려는 여러 외부적 시도에도 늘 꿋꿋하고 밝은 무등산의 사계절 풍경을 대비하며 뛰어난 구성력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은 무등산을 오르내리며 꽃의 아름다움과 혹독한 겨울을 버텼다는 진심에 감동을 금치 못한다. 또한, 그에 욕심을 내 억지로 꺾으려던 사람들도 결국 꽃들의 끈기에 이기지 못해 온 손에 꽃가루만 묻힌 채 돌아가 이를 널리 알리기도 한다. 날리는 꽃가루의 빛을 온몸에 들인 사람들은 곳 무등산뿐만이 아니라 많은 장소에 자신만의 밝은 꽃을 피워낼 것이다. 그 누구도 부정치 못하도록 자신만의 빛을 발할 꽃들을 말이다. 이러한 빛의 꽃들은 곧 전국의 산과 들판에 펼쳐질 것이고 이러한 꽃들을 부정하고 꽃을 짓밟으려던 사람들은 결국 많은 꽃에 지쳐 무등산의 꽃은 아름답고 그 무엇보다 밝게 빛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좋은 글은 소통이 잘되는 글이다. 혼잣말 같은 글, 사실보다 훨씬 과장한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배우는 학생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글쓰기의 방법이다. 터치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화되는 디지털 세상, 빠르고 번쩍거리는 물질시대에 글쓰기는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닌 무명한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피가 도는 사람과 그들의 희망을 향하는 일이다. 이반 일리치는 그의 책 ‘공생을 위한 도구’에서 아무리 함께 나눠 써도 부작용이 없는 아름다운 3가지로 자전거와 도서관과 시를 이야기 했다. 한계를 초과한 현대 문명이 깨뜨린 조화와 균형을 회복하는 길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 즉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을 포함한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은 생각으로 더욱 풍성한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