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소멸 대응 위한 ‘인구특별법’ 마련 시급하다 김성일 |
| 2020년 09월 15일(화) 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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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토면적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는 작년 12월 마침내 비수도권의 인구를 넘어섰다.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7년에 이미 비수도권의 GRDP를 초과했으며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수도권에 편중되는 등 경제부문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전후 신속한 경제부흥을 위해서 서울, 부산 등 성장거점 위주의 지역정책을 추진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이 때문에 국가의 경쟁력은 급속도로 상승했으나 수도권과 대도시가 비대해지고 특히, 수도권으로 인구와 산업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또한 일부 지역의 과도한 인구집중으로 편중된 지방의 인구는 양적 과소화문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으며, 저출산, 고령화, 20-30대 젊은 인구의 유출 등으로 인구구조 문제가 겹치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소멸위험지역은 2013년 75개(32.9%)였으나 2018년 6월을 기준으로 89개(39.0%)로 증가했고, 2000년 이후 2018년에 총인구가 감소한 지자체는 156개로 전체의 68.1%에 달한다고 한다. 급기야는 지방의 대표 성장거점인 광역시에서 조차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끊임없이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어서 각각의 실정에 맞는 인구정책을 수립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이러한 인구감소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저출산·고령사회대책과 범부처 인구정책 TF의 인구구조변화 대응전략 등 중앙정부의 인구정책은 국가 총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정책이어서 지자체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국가의 인구정책은 지역간 인구이동, 사회적 인구유입과 유출 등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Zero-Sum이기 때문에 출산율을 증대시킴으로써 국가의 총인구를 유지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지방의 인구위기는 저출산이 아닌 사회적 인구유출로 발생한다. 인구학적 작동원리상 지역의 인구감소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인구유출에 의한 것이며, 인구유출은 또다시 지방의 인구감소 및 지역축소를 가져오는 핵심적인 변수가 된다. 또한 지역의 경기침체 및 교육여건 등 생활환경의 악화는 인구이동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부정적인 악순환의 관계에 놓이게 됨으로써 인구감소는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중소도시 및 농촌에서 대도시로의 인구이동이 가속화되어 지역인구가 유출되면 수도권이나 대도시지역의 출산율은 타 지역에 비해 초저출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구감소는 더욱 가속화되고 국가인구위기가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70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1명 아래로 떨어졌고, 최근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출생 통계’를 보면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1년 전보다 0.06명(6.0%)이나 감소했다.
국가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립시 총인구감소 및 저출산 대응정책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대도시지역으로의 사회적 유출방지 및 지역인구 유입정책을 동시에 고려해야 국가인구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수도권 및 대도시로의 인구이동이 더욱 심각해서 지역은 존폐자체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으므로 지방은 국가보다도 더 간절하게 인구유입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 20대 국회에서 제안되었던 ‘인구감소지역 발전 특별법안’은 아직까지도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인구감소지역을 별도로 지정하여 주민생활기반을 확충하고 정주여건을 조성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성이 미흡하고, 저출산·고령사회대책과의 중복성, 균특법상 성장촉진지역사업과의 중복성 문제 등을 이유로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방소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지역의 인구정책을 적극 지원하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구감소지역의 포용적 성장 및 활력을 촉진하는 범부처 지역발전정책 마련 또한 필요하다. 인구감소의 원인과 현상은 복합적이어서 결혼·출산·보육뿐만 아니라 주거와 일자리, 교육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고 4차 산업혁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주거, 소비, 생활패턴 등 모든 부문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중요성이 증가할 것이어서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높은 집값을 지불하면서까지 팍팍하게 살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과거 성장시대의 인프라사업에서 탈피하여 비대면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맞춤형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면 지방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방 스스로도 인구소멸에 대응하는 노력들을 해야 하겠지만, 지방의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지역이 스스로의 아이디어로 사람활력, 경제회복, 공간혁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지역의 인구문제를 해결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며 더 나아가 국가인구문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지방소멸대응을 위한 인구특별법안이 하루 속히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