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행정통합 ‘공론화’가 우선이다 김다이 (정치부 기자)

2020년 09월 21일(월) 19:09

이용섭 광주시장이 던진 광주·전남 행정통합 제안이 지역 내 초대형 이슈로 떠올랐다. 이는 과거 20여 년 전 두 차례 추진해보려 했지만 매듭짓지 못한 채 소모적 논쟁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제안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 지속가능한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심을 모은다. 이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 이어 대전·세종이 통합 논의로 글로벌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시대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도 통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과거 산업사회 중심인 20년 전과 달리 정보화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 상황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앞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두 차례 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광주는 1986년 11월 광주직할시 설치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면서 전남도에서 분리됐다. 이후 행정통합 논의는 1995년에 처음 시작됐다. 민선1기 출범 직후 당시 6·27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통합 공약을 걸고 당선된 허경만 전남지사는 취임 후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전남도는 도청이전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추진했으나 송언종 광주시장이 이를 반대하면서 시·도간 마찰로 번졌다. 오죽했으면 양 시·도지사의 성을 따 ‘허송세월’이라고 불리며 지역·정치적 이해관계로 찬반 대립이 커져갔다. 1차 논의는 1999년 7월 도청을 광주에서 무안으로 이전키로 결정함에 따라 일단락됐다. 2차 논의는 2001년 고재유 광주시장이 전남도청을 옮기지 않은 조건 아래 통합 제안이 나왔지만, 광주시민 찬반의견 조사 무산에 따라 원점으로 돌아갔다.

과거 단체장의 의지로 밀어붙여 정치적으로 이용돼 논란만 일으켰던 시·도 통합에 추진동력을 실어줄 최우선 과제는 지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다. 대구·경북에서는 시민 공감대 확산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 상황이다.

광주와 전남은 역사·문화적 한 뿌리이자 천년을 함께 한 공동 운명체다. 소모적 논쟁과 갈등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공론화가 빠른 시일 내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