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태의 사주칼럼] 역린(逆鱗) |
| 2020년 09월 23일(수) 19:50 |
“우리 회사에 오래 있었습니다. 이 직원이 융통성이 없어서 주변에서 말들이 많이 나왔지만 워낙 성실하고 일을 잘해서 제가 다 무마시켰는데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서요.”
그의 생년월일시를 알고 있어서 풀어봤는데 능력은 있고 거짓은 없는 사람이나 음양(陰陽)의 기운 중에 양(陽)의 기운이 너무 강하고 사주전체가 한여름에 중앙(中央)토(土)의 기운으로만 된 사주로써 말 그대로 돌같이 딱딱한 땅처럼 융통성이 없고 사회성이 대단히 부족한 천기(天氣)를 받고 태어났다. 주변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을 나름대로 최고의 자리까지 키워줬는데 건드리지 말았어야할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이 기업인은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유학까지 마치고 본격적인 경영자 수업을 쌓기 위해 회사에 입사시켰다. 그런데 이 직원이 사장님의 아들일수록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며 심부름도 시키고 온갖 잔소리를 다하며 오히려 일반 직원보다 더 힘들게 하니 그 아들이 이 사람 때문에 회사를 못 다니겠다는 소리까지 나온 것이다. 그는 사장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다.
‘곤경에 빠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적절치 못한 때 올바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임금께 충성어린 간언을 하지만 그것이 역린이 돼 귀향을 가거나 심지어는 사약을 받는 경우도 많다. 반정으로 옹립돼 정치적 기반이 약한 중종(中宗)에게 개혁정치의 기수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조광조의 높은 뜻과 기개를 아낀 중종은 조광조와 긴밀하게 연대를 개혁정신을 펼쳐가는데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강조하며 왕까지 가르치려는 그의 태도에 중종의 반감을 사게 된다. 거기다 훈구파의 모략과 반격으로 그는 사약을 받게 된다. 참화(慘禍)를 입지는 않았지만 이조판서로 승승장구하던 황희는 세자 책봉 문제로 태종과 다른 의견을 냈다가 귀양을 가게 된다. 이것을 보고 임금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고 한다.
역린(逆鱗)은 용의 턱 아래에 난 비늘을 건드리면 죽임을 당한다는 말로, 주로 군주가 노여워하는 군주만의 약점 또는 노여움 자체를 가리키는 말을 일컫는다.
정확한 사실을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설득하기 어려운 사안일수록 분위기를 조성해 서서히 관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왜냐면 이 사회는 혼자서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