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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시대정신, 통 크게 헤쳐 나가야

더 풍요로운 광주·전남 위해 담대한 용기·지혜 발휘를

2020년 09월 23일(수) 19:50

이용섭 광주시장이 오늘 시의회 의장단, 5개 구청장과 각각 간담회를 갖고 광주·전남 행정통합에 대해 논의한다. 바야흐로 광주·전남 행정통합 의제가 블랙홀처럼 지자체 주요 현안을 모조리 흡수해가는 양상이다. 이는 행정통합 추진이 갖는 부정적인 시각을 담고 있지만 또한 전체적인 그림 속에서 현안들의 세부사항을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 10일 이 시장의 첫 행정통합 발언 당시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간 및 군 공항·공공기관 이전 등을 둘러싼 신경전이 첨예했다. 때문에 이 시장의 행정통합 발언 진의에 대해 의아스럽다는 시각이 많았다. 일시적인 난국 돌파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깔렸다. 하지만 불붙은 행정통합 통합 논의는 공항과 공공기관 이전 사업 등을 큰 틀에서 재조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했다. 현안 해결 방정식이 달라진 것이다. 광주·전남은 하나라는 단일대오에서 접근해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뜨악함은 아직 광주와 전남지역민들 사이에서 대세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도 광주시의 행정통합 추진을 뉴스를 통해 알았다고 전한다. 그만큼 지역사회 내에서 공감대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행정통합 이슈 부상 이후 정치권, 특히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통합 논의엔 원론적인 찬성 입장을 보이는 한편으로 사전에 행정통합 관련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분명 객관적인 절차는 미진한 부분이 있다 해도 이제는 그걸 논의할 단계가 아닌 듯하다.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이 두 지역 미래를 위한 목표라는데 부족함이 없다면, 즉 하나로 합쳐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면 강력히 추진해갈 필요가 있다. 통 크게 논의해가면서 상대적으로 작아진 갈등과 이견을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 광주와 전남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인식을 갖게 될 때, 풀리지 않던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는 기회를 맞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반대편에서, 그러니까 여태까지 광주·전남의 상생 의지가 충분치 않았는데 어떻게 통합을 말할 수 있느냐고 하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만일 작금의 행정통합 추진이 오래 가지 못하고 좌초된다면 이런 목소리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이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광주시의 행정통합 추진이 갖고 있는 위험성이기도 하다.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추진하는 만큼 광주시로서는 대단한 용기와 지혜를 갖고 행정통합 논의에 나서야할 것이다.

광주와 전남보다 인구·경제 규모가 큰 대구와 경북이 특별자치도를, 부산과 울산, 경남이 ‘메가시티’를 구축하기 위해 통합 논의를 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이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 한국 지형의 삼각 축 하나를 담당하는 광주와 전남이 ‘덩치’를 키워 행정뿐 아니라 경제대통합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외부 환경도 이같이 추동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와 전남이 지역 운명을 바꾸는 결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 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추석 이후 공식적으로 만나기로 해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두 수장이 만나 그간의 허물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포옹하는 관계를 설정할지 지켜봐야 한다. 광주시가 이미 광주·전남통합준비단을 구성하기로 했고 전남도 또한 이에 상응하는 기구를 발족시킬 경우 행정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은 자명하다.

정치권도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는 분위기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광주에서 ‘국가 균형발전 및 행정수도 완성 TF 지역 순회토론회’를 개최해 행정통합 논의를 의제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달 3일에는 이 시장과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의 회동이 예정됐으며 시장과 지사, 민주당 시·도당 위원장 간 4자 연석회의도 준비된다고 한다.

행정통합 논의는 과거 두 차례 실패해 실현 가능성에 적잖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광주와 전남이 정치·경제, 역사·문화적으로 한 뿌리이며 공동운명체란 인식을 토대로 당대의 이익이 충돌하는 현안들을 풀어가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기에 더욱 그렇다.

사실 이번 행정통합을 전남도가 먼저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인구 유출과 지방소멸 위기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통합의 대명제 아래선 이런 일시적인 정치성은 곧 희미해질 것이며 향후 추진 과정에 지역민은 더욱 주목할 것이다. 허심탄회한 논의와 지역 미래에 대한 고뇌에 감흥을 받을 것이다. 새로운 광주·전남의 미래를 설계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