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원 ‘5·18 시민군 김군 동상’ 이전 논란 지난 5월 설치…추진위측 “상징적 공간, 존치해야” 市 “고증 필요…남구 추모공원 조성시 이전 검토” 오승지 기자

2020년 09월 23일(수) 20:33

5·18 당시 시민군으로 알려진 ‘김군’을 기리기 위해 광주공원에 설립된 동상./김애리 기자

5·18 당시 시민군으로 알려진 ‘김군’을 기리기 위해 광주공원에 설립된 동상이 건립 당시부터 철거 논란을 겪은 가운데, 동상 이전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광주공원의 상징적 의미 등을 고려해 그대로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과 행정상 불법설치물이므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김군 동상 건립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5월24일 시민군 ‘김군’과 계엄군에 맞서 산화한 시민군들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광주공원에 김군 동상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가졌다.

현재 김군 동상은 광주공원 주차장에서 시민회관으로 오르는 계단 왼편에 세워져 있다.

하지만 제막식 전날 광주시로부터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불법 설치물이라는 이유로 철거 요청을 받았다.

추진위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광주시와 남구에 설치 제안서를 보냈지만, 여러 관계 부서가 담당이 아니라며 이첩을 반복, 제막일까지도 행정 절차를 안내받지 못해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상 설치 이후 철거 논란이 불거지자 광주시는 5·18 사적지인 남구 송하동 ‘광목간 양민 학살지’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최근 내부 협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추진위측은 이전 논의 과정에서 정작 동상 건립 당사자는 제외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진수 추진위 위원장은 “지난 2018년부터 김군 동상 건립 추진을 진행해 왔으나 행정당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면서 “이제와서 동상 건립을 추진했던 당사자를 제외하고 이전 논의가 이뤄진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첫 제안서를 냈던 남구청에서 공원이라면 설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에 시민군 첫 편성지였던 광주공원의 상징성과 설치 장소에 맞춰 동상을 제작하고 세웠다”면서 “이전은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건립 당사자를 제외한 이전 논의는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김군 동상은 설치 당시 문제가 불거져 이전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 5·18 관련 부서에서 전체적인 협의는 이뤄졌고, 시민군으로 알려진 김군에 대한 고증작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구에서 예산을 세워 양민학살이 일어났던 곳에 대한 진상 여부가 명확해지면, 추모공원을 조성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면서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전 설치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군 동상이 설치된 광주공원은 의병항거에서부터 반독재 저항까지 역사적 상징 공간인 만큼 그대로 존치 보존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광주의 의로움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상징물은 역사의식 고취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면서 “무분별한 설치는 지양해야 하나 민간에 의해 세워진 상징물이더라도 그 의미를 고려해 행정당국은 보존과 관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