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암호수 녹조 ‘몸살’…수질개선 ‘답보’ 영산강 유입수 확보 ‘하세월’…주민들 수년째 불편 겪어 악취제거제 살포 등 땜질식 조치만 급급…대책마련 시급 최명진 기자

2020년 09월 24일(목) 19:08

녹조 낀 풍암호수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이 해마다 녹조와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수질 개선사업은 수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진은 24일 오전 초록색 모습을 보이는 풍암호수./김애리 기자

광주 도심 최대 규모인 풍암호수공원이 해마다 녹조와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수질 개선사업은 수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24일 한국농어촌공사와 서구 등에 따르면 지난 1975년 2월18일 공원으로 지정된 풍암호수공원에는 7만4천117평(24만4천587㎡), 유효저수량 44만9천t 규모의 저수지가 조성돼 있다.

하루 평균 3천여 명의 시민들이 찾는 풍암호수공원은 지역 대표적인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녹조와 심한 악취로 인근 주민과 방문객들이 큰 불편을 겪으면서 매년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

풍암호수는 물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저수지 규모도 워낙 크고 깊어 수질 악화와 녹조현상이 두드러지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책으로는 상류 유입수 확보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공원을 관리하는 관계당국에서는 별다른 개선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단기적인 대책만 내세우고 있다.

실제 이날 찾은 풍암호수는 온통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녹조방지 수질개선장치가 저수지 곳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넓은 면적 탓에 제 역할을 하기에는 버거워보였다.

풍암동 주민 정모(48·여)씨는 “산책하다 강을 가로지르는 목교를 건널 땐 심한 악취가 나기도 한다”면서 “상쾌한 기분으로 운동하러 왔는데 칙칙한 물 색깔을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불평했다.

또다른 주민도 “녹조가 심해 물속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호수공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실질적인 개선 대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서구는 지난 2015년부터 광주시에서 추진 중인 ‘서창천 고향의 강 조성사업’을 통해 풍암호수 수질 개선을 위한 영산강 유입수 확보를 중심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하루 7천500t의 영산강 하천수를 풍암호수에 공급해 물을 순환시키고, 풍암호수 하류의 서창천 복개구간으로 유입되는 생활오수를 따로 분류해서 처리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공사에 들어가 올해 상반기에 완공됐어야 하지만 현재 관로만 만들어진 채 중단된 상태다.

때문에 서구와 관리주체인 농어촌공사는 악취 제거제를 살포하거나 수생식물을 심어 녹조현상을 완화하는 등 임시방편적인 수질 개선 작업에만 그치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녹조와 악취 제거 작업을 간간이 진행하고 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나 냄새가 심하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즉시 나가기도 한다”며 “살포제 한 통 당 가격이 10만원 후반대에 이르는 등 예산 문제가 커 단기대책일 뿐이다. 물 순환 시스템 마련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서창천 고향의 강 조성사업 뿐 아니라 광주시의 중앙공원 민간공원특례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풍암호수 수질관리를 위해 광주시와 협의해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완공 시기에 대해서는 “공사 관련 부분은 광주시 소관이다”고 답했다.

이에 광주시 관계자는 “풍암저수지의 수질관리는 기본적으로 농어촌공사와 해당 지자체 관할이다”면서 “해당 사업과 관련해서는 보상 문제나 계약 관련 사업자 논의 중에 있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