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산방의 무상 - 시 강남호
2020년 09월 27일(일) 17:28
다 태우지 못한 하얀 태양,
그 노을빛 운무 속 산방(山房)을 열어 놓고
그 끝에 묻어나는 빛 속으로 님을 부른다

산자락 비스듬히 열리고 묻히는
이끼 낀 바위에 칡덩굴이 감아 오르고
추풍(秋風)에 갈색 나무들은
겨워 춤을 추는데
한 쌍의 산새가 반기는 고결한 가을은
한 폭의 추사(秋思)를 낳게 한다

어지러운 눈길에 가슴은 고요한데
열려진 산방문 틈새로
목단(牧丹)은 웃어주고
삽살개가 뛰어든
행랑채 기와 넘어 주홍감이 흔들리고
부족하지 않는 텃밭이
가지런이 속심(俗心)을 털어준다

노곤한 육신이 묻은 땀을 닦고서야
채운 듯 비워있고 비운 듯 채워진
정자 마루에 앉아
바람이 눈썹을 짓누를 때에도
아무 생각 없이 가을을 본다


<강남호 약력>
▲ 완도 보길 출생
▲ 서석문학 시조 등단
▲ 경영학 석사, 문학박사(한국어 교육)
▲ 광주시인협회 사무국장, 광주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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