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그림자, 사회가 걷어내야 오승지 (사회부 기자)

2020년 09월 28일(월) 18:30

필자가 사건·사고를 취재하다보면 가장 마음 한 켠이 무겁고 아픈 기사는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아이들의 몫이 되고, 심하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충남 천안에서 9살 의붓아들 사망사건과 경남 창녕에서 친모의 학대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인천에서는 방치된 형제가 화마에 휩싸이는 등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들 모두 어른들의 관심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가정에서 학대가 일어나는 경우, 상처 받은 아이들은 어디에 기댈 수 있을까. 아동학대는 외부의 신고자에 의해 발견돼야만 학대 실태를 마주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들에 따르면 광주에서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501건의 신고가 접수돼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30% 가량 줄어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대체되고 복지시설 등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교사 등 신고의무자와의 대면이 줄어든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는 아동학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이 비대면 화상통화나 유선상의 확인을 하는 등 방역수칙에 따른 현재의 관리 방식이 실효성이 있느냐다. 가해 부모의 동의가 있지 않는 한 가정 방문도 어려운 실정이다. 부득이하게 피해아동과 가해부모가 분리돼야하는 경우도 있지만, 광주에는 보호시설이 딱 2곳에 그치는 등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관련법 개정으로 아동학대 가정에 대한 전수조사와 관리 주체가 지자체로 바뀌게 된다. 아동학대를 사회적인 중대 문제로 인식하고,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얘기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혹시 방금 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 어린아이가 마스크 속에 감춰져 있지만, 말 못할 상처가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회 전반이 학대 그림자에 갇혀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