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설 몇 마디 - 김종 시인 |
| 2020년 10월 12일(월) 16:44 |
▲시 ‘아내’는 시적 화두가 ‘나무’다. 척박한 땅에 씨 뿌렸지만 “잎 내고/꽃 피워” 대지의 속살과 바위의 심장을 숨 쉬게 한 ‘생명나무’라는 사실과 “비가 오나/바람이 부나” 아침 햇살과 밤하늘의 별빛으로 산의 움막이라 할 ‘숲의 자리’를 지키는 ‘사랑나무’가 아내라고 노래한다. 시는 인간 사유의 언어적 발견이자 표현인데 본질과 현상을 척박한 땅과 ‘숲의 자리’를 통한 의미적 형상성이 못내 아름답다.
▲시 ‘봉숭아’는 새삼 시적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초승달이 뜬 어두운 밤에 대나무 평상에 앉아 봉숭아 꽃잎을 찧어 다섯 손톱 위에 올려놓고 무명실로 꽁꽁 동여 매어주던 어머니와 딸의 광경이 눈에 보이는 듯 정겹다. 화자는 문득 바람이 불고 꽃잎 지는 뜨락에서 어머니와의 시간들을 생각하다가 추녀 끝 아득한 하늘에서 어머니의 고운 눈썹처럼 떠있는 ‘초승달’의 추억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리고 있다.
▲시 ‘가을엔’은 ‘가을빛’과 ‘가을바람’, ‘가을 나그네’를 세 단락의 주제어로 제시하고 파아란 하늘을 물들이며 다가온 풍경으로서의 그리움을, 연방 향내를 실어 나르는 그리운 사람에의 상념으로서의 시간을, 그리움으로 얼룩진 사람이 낙엽을 밟고 가는 장면으로서의 계절의 몇 가지 표정을 3연의 짧은 시행 속에 갈무리하고 있다.
▲수필 ‘발밑을 보지 말고…’는 제목에서부터 집필의도가 읽히지만 면밀한 독서 이후에야 감잡히는 생각이 촘촘한 작품이다. 문맥을 따라가면 루게릭병이라는 근육무력증의 악조건을 극복하고 금세기 최고의 물리학자가 된 스티븐 호킹 박사와 망명 아닌 망명객 김대중 대통령과의 에피소드가 문장의 맛을 더하지만 망원경의 구경의 크기와 나라의 국력의 크기는 비례한다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무등산에 국제천문대의 설립을 건의하고 광주의 청사진적 미래를 위한 랜드마크로 삼자는 제안은 상상만으로도 설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