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칼’이되는 순간…10대를 위한 소설집 젊은 작가 5인 옴니버스 소설 현대사회 문제 짚어내 왕따·사이버폭력 등 청소년문제 현실감 있게 다뤄 정겨울 기자

2020년 10월 18일(일) 18:07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김이환·정명섭·정해연·조영주·차무진 지음/생각학교

“‘좋아요’를 받을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
“재밌잖아? 나만 하는 것도 아니고!”
“잊지 마. 네 ‘말’이 누군가에겐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진지충’, ‘김치녀’…요즘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은어들은 정확한 뜻을 모르지만 무언가 부정적이고 공격성이 가득하다.

10대들은 SNS나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배운 비속어를 여과 없이 사용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채 인터넷에 악플을 다는 ‘키보드 워리어’도 적지 않다.

10대들을 위한 옴니버스 소설집이 나왔다. 바로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이다. 이 책은 관심과 상처 사이, 한 번쯤 겪어봤을 ‘말’을 둘러싼 사건들을 다룬다. 젊은 작가 5인이 참여해 10대들의 이야기와 청소년 문제들을 5편의 옴니버스 소설로 그려낸다.

책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은 왕따, 사이버폭력, 질투와 시기 등 현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나아가 말의 가치와 무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와 상상력을 제공한다.

말에 대한 가벼운 인식으로 인해, 혐오표현이 농담으로 오가고 언어폭력이 무심코 행해지고 있다. ‘말’이 ‘칼’이 되어 친구를 상처내고 할퀴는 일이 일상처럼 되어가는 상황이다. 이 도서는 악플과 막말을 재미로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권하는 5편의 처방전인 동시에, 이런 현실에서 말의 가치와 무게에 대해 고민하는 10대들을 위한 옴니버스 소설집이다.

젊은 작가 5인이 각기 다른 사회적 시선에서 ‘말’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이 책은 책에 수록된 5편의 단편을 간략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조영주 작가는 ‘따돌림’에 대한 최고의 복수를 소개하는 성장 소설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를 수록했다.

“나를 따돌렸던 그애가 전교 왕따라고?” 과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해환’은, 자신의 경험담을 모티브로 한 소설로 청소년 문학상을 받으며 일약 ‘천재 작가’로 불린다. 그러던 어느 날, 소설 속 악역이자 왕따 가해자인 동창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정해연 작가는 ‘말 한 마디’의 크기와 무게를 혹독하게 알려주는 날카로운 시선을 다룬 소설 ‘리플’을 창작했다.

외고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재혁’.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수재로 합격은 무리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재혁의 SNS에 악플이 달리고, 그때부터 재혁과 친구들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정명섭 작가는 ‘말’이 ‘칼’이 되는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색다른 상상을 다룬 ‘말을 먹는 귀신’을 선보인다.

유튜브에 빠져든 ‘성혁’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험한 말을 곧잘 한다. 하루는 다문화가정 친구를 심하게 놀렸는데, 충격을 받은 아이가 자살을 시도하고 만다. 무당이었던 친할머니는 이 모든 게 ‘말을 먹는 귀신’ 때문이라고 한다.

김이환 작가는 소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을 통해 솔직함과 예의 사이, 누구나 고민해봤을 문제에 대해 새롭게 접근한다.

예의나 인사치레는 No! 생각하는 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도시에 가게 된 ‘편리’의 이야기. 편리는 스스로에게 말을 하지 않는 벌을 준 상황을 그려낸다.

차무진 작가는 SF소설 ‘햄릿이 사라진 세상’을 통해 ‘말이란 무엇인가? 말은 정말 필요한가’라는 통찰을 던진다.

‘럭키’가 사는 곳은 말이 금지된 미래 세상. 사람들은 입에 전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은 마스크를 통해 의성어, 의태어로만 전달된다. 모두가 말이 있던 시절의 오해, 질시, 모함보다는 이 상황이 낫다고 이해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