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시장·金지사 ‘풍자의 대상’ 안 된다

2020년 10월 28일(수) 19:10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의 회동이 이뤄지지 않아 지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난 27일 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예산협의회 참석 자리에서 별도로 만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아무리 이견이 크다 해도 정겹게 ‘차 한잔’ 마실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사전 실무진의 의제 조율이 충분치 못했다고는 하나 2년 전 상생을 위해 포옹까지 연출했던 두 지도자가 기자들 앞에서 어색한 악수만 하고 돌아서 버렸다. 그간 광주·전남의 행정통합 추진, 공항 이전 사업 등을 두고 복잡한 속내가 작용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여론이 악화하면서 차로 50분 안팎의 거리에 있는 이 시장과 김 지사가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선 1기 당시 송언종 시장과 허경만 지사의 도청 이전, 시도 통합을 둘러싼 충돌에 대해 ‘허송세월’이란 풍자의 소리와 맥이 닿는다. 민선 3-4기 박광태 시장과 박준영 지사 시절에도 관계가 좋지 않아 ‘팍팍(Park-Park)한 세월’이란 신조어가 나온 바 있다. 이 시장과 김 지사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언론과 호사가들의 입에서 어떤 풍자어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이런 풍자어는 지도자들의 소통 부족과 정치력의 한계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지도자들에겐 반길만한 게 못 된다. 지역민들이 답답한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 비판과 야유, 때로는 조롱의 말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시장과 김 지사가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30일 시의회에서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또 한 번 만날 기회가 있다. 지난번처럼 냉랭한 관계가 이어진다면 지역민의 실망은 한층 커질 것이며 주요 현안은 속도를 내지 못하게 된다. 두 수장의 실무진이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만일 이번 시의회에서도 이 시장과 김 지사의 공식 회동이 없을 경우 적절한 시점에 이 시장이 도청으로 가는 방안을 고려해봄직하다. 이 시장은 김 지사와 만남 관련 일정과 장소를 전남도에 일임했다고 했다. 여러모로 이 시장이 전남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