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이전, 이용섭 시장 리더십은 덮지 말라 이정록 |
| 2020년 11월 03일(화) 18:56 |
|
이용섭 광주시장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는 ‘광주 민간공항(광주공항 국내선 노선)’ 이전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와 대안을 시정에 권고한단다. 지역 현안을 여론조사로 물어보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 행위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무안공항으로 이전하기로 약속한 사항을 꼭 여론조사로 다시 물어야 할까? 설령 저의(底意)가 있다고 해도 그건 아니다.
지난주 금요일 찾은 무안공항은 ‘무인(無人)공항’이었다. 주차장은 텅 비었다. 2층 국내선 출발 안내판에는 13시40분 출발하는 제주행 비행기 달랑 하나였다. 1편뿐인 제주 노선도 3일만 뜬다. 3천여억원이 투입된 현대식 시설이 4일간은 무용지물이라니. 아무리 코로나 국면이라고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무안공항 건설은 정치적 산물’이란 비판에 ‘그렇지 않다’고 지금껏 항변했던 필자는 내심 겸연쩍었다. 반대로 ‘광주 군공항 이전 없는 민간공항 이전은 결사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광주공항은 이용객으로 붐볐다.
왜 무안공항이 ‘무인공항’으로 전락했을까? 수요를 잘못 추정한 정치적 산물이어서? 절대 그렇지 않다. 무안공항 건설은 지역민 요구로 시작됐다. 1984년 청주국제공항 기본계획이 발표되자, 시·도민은 서남권 국제공항 건설을 요구한다.
정부는 1990년 타당성 조사를 마쳤지만 사업을 미뤘다. 그런데 1993년 7월26일 목포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1997년 김영삼 정부는 무안공항을 착공한다. 광주공항 통합과 향후 서남권 항공수요를 고려하면 공항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그렇다면 ‘무인공항’이 된 결정적 요인은 무엇인가? 당초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시민은 국제선이 뜨는 무안공항은 선호하면서도 국내선은 광주공항에 계속 존치하길 원했다.
특히 이용객이 많은 제주노선을 무안으로 이전하길 주저했다. 관광협회 요구와 시민 불편을 고려한 박광태 강운태 윤장현 등 역대 광주시장은 그런 입장을 고수했다. 광주시와 광주시민의 비협조적인 상황이 지속되면서 무안공항 활성화는 더뎠다.
‘무안공항=혈세 낭비 모델’이란 오명에 서기(瑞氣)가 돌았다. 지난해 8월20일 광주시는 전남도와 통 큰 합의를 발표한다. 2021년까지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보여준 양보의 리더십에 지역사회는 박수를 보냈다. 다양한 국정 경험과 화려한 이력과 불굴의 집념을 가진 이 시장 리더십은 더욱 돋보였다. 그런데 답보상태에 빠진 군공항 이전 논의가 이 시장 리더십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민간공항 이전 여부를 꼭 여론조사에 부쳐야 했을까?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 행위와 시정(市政)은 무관(無關)하다. 하지만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시민들은 뭐라고 할까. ‘불통 행정’이라 하지 않을까. 권고사항이 ‘군공항 이전 없는 민간공항 이전 반대’로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수용하면 군공항 이전 논의는 늪에 빠질게 뻔하다. 반대로 권고를 사절하고 약속을 지킨다면 이 시장 리더십은 하늘을 찌를까. 여기에 장삼이사(張三李四)가 모르는 고단수의 정치적 셈법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민간공항 이전 여부는 여론조사에 부칠 사안은 절대 아니다. 순조로운 군공항 이전 논의를 위한다면 말이다. 작년 8월 이 시장이 민간공항 무안 이전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무안공항 활성화라는 대의(大義)와 함께 군공항 이전 논의 물꼬를 트기 위한 손짓도 있었을 것이다. 광주시민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테다. 그렇지만 군공항 이전 예정 후보지 주민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고, 전남도가 수수방관한다고 광주시민들조차 약속을 파기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놀 일은 아니지 않는가. 전남도민들도 언젠가는 광주 군공항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에 하나 전남에서 군공항을 받지 않겠다면 어떡할 것인가. 방법은 없다. 광주는 평생 군공항과 함께 살아야 한다. 물론 못할 것도 없다. 소음을 벗 삼는 대신 광주공항을 옆에 끼고 살면 된다. 무안공항이 폐쇄된들 무슨 상관이냐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이전 예정 후보지 주민을 설득하고 다독거리고 마음을 사서 이전 사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지역사회 리더십이다. 이 시장과 광주시는 여기서 자문자답해 봐야 한다. 이전 예정 후보지 주민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설득하고 간청했는지를.
광주 민간공항과 군공항 이전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풀어야 할 사항이다. 서로 ‘주고 받기’로 풀어질 등가(等價)가 절대 아니다. 여론조사로 해법을 모색한다는 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일단 약속대로 민간공항을 무안으로 보내야 한다. 전남 도민 마음을 사는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07년 11월8일 무안국제공항 개항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이 누군지 아는가. 이 시장이다. 공항 이전 문제가 이 시장 리더십은 덮지 말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