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학생을 생각하면서 이종환 |
| 2020년 11월 08일(일) 17: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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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은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이었다. 기념식에 참석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91년 전 광주의 청년, 학생들이 그러했듯, 불가능에 도전하는 청년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학생독립운동은 자랑스러운 광주의 역사다. 전국적인 항일운동으로 발전하여 5만4천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고 해외에도 파급되어 간도와 길림성, 상해와 북경은 물론 일본과 미주지역에 이르기까지, 격려 집회와 만세 시위가 이어졌다. 그래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3대 항일운동으로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광주에 대한 김구 선생의 배려도 광주학생독립운동과 무관하지 않다. 나라의 독립과 자유에 몸 바친 선생이 지나온 길에는 광주에 대한, 광주시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남아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백범은 해방 후 귀국하여 광주를 방문하게 되는데 이때 광주의 전재민(戰災民)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준다. ‘광주에 도착하여 보니, 도처에서 동포들이 주는 각종 기념선물, 금품 등을 종합한 것이 차에 가득 찼다. 광주에 전재민이 많다는 말을 듣고 시장을 초청하여 전재민을 돕는데 보태어 쓰라고 부탁하여 주고 광주 환영회를 마쳤다’고 백범일지는 기록하고 있다.
김구 선생의 광주에 대한 애정은 여러 가지에 근거하겠지만 학생독립운동이 그중 하나임은 확실하다. 선생은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대한인국민회 백일규 총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년간 우리 독립운동이 침체 상태에 빠졌던 현상이 광주학생운동으로 기인되어 강경히 진작됨’이라 썼다. 그만큼 운동의 의미와 영향력을 크게 인식하고 있었고 전재민을 도운 것도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역사이지만 아쉽게도 그동안에는 그 의미가 평가 절하되고 역사적 평가나 정신 계승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953년 학생의 날이 제정됐지만 1973년에는 기념일에서 제외됐다. 1973년 정부는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53개 기념일을 26개로 줄이면서 ‘학생의 날’을 기념일에서 제외시켰다. 정부는 각종 기념일을 통폐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는 당시 유신체제에서 학생시위 사태를 의식한 조처라는 게 중론이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홈페이지 내용) 1984년 학생의 날로 다시 살아났지만 독립운동이라는 명칭이 빠졌고 이후 2006년에서야 비로소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제 이름을 찾았다.
그러던 차에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학생독립운동도 국가차원에서 예우하고 기념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는데, 특히 대통령은 “3대 독립운동 중 하나인 광주학생항일운동이 동문회 주관행사로 전락해 정부 관계자가 참석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항일의 불씨를 당겼던 학생들의 정신이 후대 학생들의 마음속에 기억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역사를 바로 알고 바로 세우자는 차원에서 정부 주관 행사로 위상을 높인 것인데, 이렇게 된 원인은 결국 우리들의 소홀함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학생들이 고향에 대한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이 나라와 세계무대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는 이들이 무엇을 계기로 자긍심을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방법을 찾을 때다.
정 총리는 또 “대한민국은 조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결연히 일어선 청년이 만들어온 청년의 나라”라면서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청년 정신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대한 독립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광주는 그랬다. 늘 깨어있었고 모른채 하거나 숨어있지 않았다. 앞서 나가면서 정당한 권리를 강조했다. 대한독립을 가능하게 했던 청년정신, 그 청년정신의 주역이었던 광주의 학생들을 다시 생각한다.
비록 지금 몸담고 있는 학교는 서로 다르지만 학생운동의 역사가 몇몇 학교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니 그 후손들 모두가 광주의 역사에 대해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광주인임을 자랑스러워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