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롭게만 쓴다면 백성과 나라의 보물 될 것이니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392)

2020년 11월 10일(화) 18:38

頌正音(송정음)
매하 최영년

훈민정음 심오하니 천심이 발했었고
열다섯 줄 자모가 바르게 갖추어져
이롭게 영원한 보물 그 공덕이 깊구나.
人文神 發天心 十五行俱子母音
인문신비발천심 십오행구자모음
利用永爲民國寶 功深萬古與千今
이용영위민국보 공심만고여천금


세종성군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일을 우리 민족이 가야 할 바를 제시한 오천년 역사 쾌거였다. 자음 17자 모음 11자 등 28자만 조합하면 글자를 읽고, 의사표현에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말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한자와 한글을 혼용해서 써야 한다면서 엄중하게 가르친다. 인문인 훈민정음이 심오하니 이는 천심이 발한 것일지니, 열다섯 줄에 자모가 모두 갖추어져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이롭게만 쓴다면 백성과 나라의 보물 될 것이니(頌正音)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매하(梅下) 최영년(崔永年:1856-1935)으로 한국의 교육자, 언론인, 문인이다. 그의 발자취는 교육자나 언론인으로서보다는 문인으로서의 자취가 더욱 뚜렷하다. 설화집으로 1918년 ‘실사총담’ 2권 1책과 악부시집으로 1925년 ‘해동죽지’를 남겨 암울했던 시대에 국민에게 웃음을 줬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인문인 훈민정음이 심오하니 이는 천심이 발한 것일뿐 / 열다섯 줄에 자모가 다 갖추어져 있다네 // 이롭게만 쓴다면 백성과 나라의 보물이 될 것이니 / 그 공덕 천고만세토록 깊고도 깊으리]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훈민정음을 기리다]로 번역된다. 한사군 설치이후 한자한문이 유입되면서 문자가 없던 시대에 우리 문화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그렇지만 유입된 한문과 토속적인 우리 말엔 상당한 괴리(乖離) 현상이 생겨 사상과 감정을 문자로 표기하는 데는 불편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두와 구결이 생겨났고, 향가를 통한 가무도 극히 성행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 우리 음가에 맞는 한글이 탄생된 것은 우수한 발명이었다.

시인은 이러한 음운변천과정과 우리말이 지난 발전과정을 생각한다. 인문인 훈민정음이 심오했으니 이는 천심이 발한 것이고, 열다섯 줄에 자모가 다 갖춰져 있다고 했다. 열다섯은 초성 17자, 중성 11자로 모두 28자였으나 이 중 넉자가 없어지거나, 격음(ㅋ, ㅍ, ㅌ, ㅎ 등), 겹음(ㅑ, ㅕ, ㅛ, ㅠ) 등을 빼고 난 순음만을 포함한 듯한 시상이다.

그래서 화자는 이런 글자로 백성들이 이롭게 써서 나라의 영원한 보물이 되었으니 그 공덕이 천고만세토록 깊다는 시상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한글은 이렇듯 우수한 문자란 시통주머니 밑그림은 크고 원대하게만 보인 시상이다.

※한자와 어구

人文: 인문. 또는 인문학. 神 : 심오하다. 發天心: 천심이 발하다. 十五行俱: 열다섯 줄을 갖추다. 子母音: 자음과 모음 // 利用: 이롭게 쓰다. 永爲: 오래도록 하다. 民國寶: 백성들의 보물이 되다. 功深: 공이 깊다. 萬古: 만고, 오래도록. 與千今: 천금과 같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