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퍼플루이드 시대 강용 |
| 2020년 11월 10일(화) 1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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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모든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 3가지로 존재한다. 힘을 가하면 움직이다가 다른 물질과의 마찰 때문에 언젠가 움직임을 멈춘다. 레코드판 위에 동전을 올려놓고 돌리면 중력과 점성 때문에 동전도 함께 돌게 된다.
그런데 한 번 움직이면 영원히 멈추지 않거나, 레코드판 위에서도 돌지 않는 물질은 없을까? 놀랍게도 점성과 마찰이 없어 한 번 움직이면 영원히 움직이고, 레코드판이 돌아도 움직이지 않는 물질은 이미 발견되었으며, 발견한 학자들 무려 4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이물질을 물리학에서 수퍼플루이드(superfluid. supersoild)라고 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세계는 이미 플랫폼의 시대가 되었다. 초 디지털 시대 경제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한번 움직이면 멈추지 않는 수퍼플루이드로 비유하기도 한다. 외식배달 플랫폼이 국내 2대 항공사보다 높은 가격으로 평가되고, 정보를 검색하던 기업이 통신, 은행, 쇼핑, 교통, 언론 등 우리 생활 모든 부분을 흡수하고,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정보는 더 독점되어 전통산업과 전통 방식의 기업들은 무너지고 플랫폼 기업들은 멈추지 않고 더 거대해져 간다.
‘플랫폼제국의 미래’라는 책의 저자인 뉴욕대 경영대학원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우리는 1%가 엄청난 혜택을 독점하는 사회가 아니라, 나머지 99%가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는 너무 거대한 독점기업으로 성장해서, 더이상 이들과 경쟁할 새로운 기업들이 나타날 수 없어 자본주의의 혁신성을 잃어버리고 소비자는 이들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GAFA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움직여도 손실이 없는 수퍼플루이드처럼, 상품을 거래할 때 수수료나 마진을 붙여야 하는 전통적인 유통상식이 깨지고,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해 유통 수수료와 중간자 없는 거래비용 제로(0)거래가 늘어간다. 소유와 공유의 작은 차이로 전통 산업의 근본과 기준과 가치를 뒤엎던 자동차 공유업체 우버와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수수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그들의 방식이 전통 산업이 되어, 수수료가 0%인 블록체인 기반의 신 공유경제 업체들과 경쟁을 하고 있으며,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유통 수수료에서 다른 형태로 수입구조가 바뀌고 있다. 소비자가 공유와 수요자 그리고 공급자도 되는, 적응하는 사람에게는 밸류체인의 혁신이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끔찍하게 파괴된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문제는 과거부터 이어진 재래시장, 편의점, 대형유통업체나 서비스산업 등의 전통적인 밸류체인의 한계와 변화를 아직 겪고 있는 과정 중에, 또 다른 변화에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나 또한 그 중 한사람으로 염려가 된다.
수퍼플루이드란 용어를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농산물 직거래가 떠올랐다. 수퍼플루이드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더 스며들지 않을지는 내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발견하기 전까지는 존재조차 몰랐던 초유체가 있었듯 유통과정을 더 단순화시켜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 만족하는 직거래 방식으로 누군가는 더 발전시킬 것이다. 코로나19 조차도 누군가에겐 절망이고 누군가에게는 기회였다. 일단 영세 농가들이 해결할 수 없는 스티로폼을 대신하는 친환경 택배상자를 개발하거나, 소비자와의 분쟁조정기구 설치, 주 소비지인 수도권과 멀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물류비 절감 방안 등의 직거래 생태계를 더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는 “20년 후에는 전 세계에서 토마토를 파는 곳이 아마존뿐일 수도 있다. 그때 우리는 더 이상 토마토를 고를 수도 없고, 맛도, 가격도, 양도 아마존이 결정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곧 많은 사람들이 실업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우월한 선도자(first mover)만 생존이 가능하고,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도 생존이 어렵다고 예측하는 내일의 세상에서, 느린 추격자도 최소한의 기회는 잡아 생존은 할 수 있는 정책이 더 세워지고, 마찰과 손실 없이 개인에게 잘 전달되는 사회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