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여성 성폭행 ‘인면수심’ 60대 스님 징역형 23년간 보호 명분 노동착취…“둘만의 비밀” 입단속 시켜 오승지 기자

2020년 11월 10일(화) 20:02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60대 스님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10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스님 A(66)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 등에 대한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다만 재범 우려가 낮다고 보고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A씨는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광주의 한 사찰에서 30대 여성 B씨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 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는 아동 수준의 지적 장애 탓에 기억과 말이 또렷하지 않은 B씨가 가해자의 성폭력 증언을 인정받기까지 힘겨운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B씨가 스님 A씨를 처음 만난 건 1995년 해남의 한 중국요리 식당에서였다.

공장 한쪽의 방에서 부모와 살던 B씨는 생활고에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동생과 함께 이 식당에 맡겨졌다.

그런 B씨를 발견한 스님의 아내인 ‘보살’은 두 자매를 데려와 보호하며 23년여를 함께 살았다.

말이 보호이지, 사실 자매는 사찰의 잡일을 도맡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에서 청소, 설거지 등 갖가지 일을 시켰고 학교도 보내지 않았다.

B씨는 A씨와 보살과 함께 산 지 23년이 지난 2017년 12월 그들에게 절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고, 오랜 세월 떨어져 산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이모에게 A씨가 벌인 인면수심의 범행을 털어놨다.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A씨는 2014-2017년 사이 성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B씨의 동생에게 뽑고 뽑아도 끝이 없는 풀을 뽑으라고 시키고, B씨를 방으로 불러 문을 걸어 잠그고 범행을 저질렀다.

그리고는 피해자에게 “말하지 마라.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고 입단속을 시켰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지적 장애 정도가 아동 수준이라고 판단, 아동 성폭력 사건의 판례를 기준으로 이번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의 주장은 재판부가 신빙성이 있다고 받아들였지만, 함께 고소한 동생의 성폭행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검찰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