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을 위한 국회입법이 절실하다 김병도 前 대통령소속자치분권위원회 전문위원

2020년 11월 15일(일) 17:37

지금 우리는 촛불정국을 살고 있다.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문재인정부를 세웠다.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 낸 성과였다. 고사리 손으로 든 촛불과 임산부의 간절한 촛불, 지친 직장인들의 촛불, 주름 깊숙한 어르신의 촛불이 아직도 생생하다.

안타까움과 아픔도 많았던 경험이었지만 촛불을 통해 얻은 교훈도 많았다. 가장 큰 교훈은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하나같이 ‘나라다운 나라’를 외쳤다. 권력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내 삶을 바꾸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내 삶의 주체가 내가 되는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촛불의 결실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을 드높이는 의제 중 하나가 ‘자치분권’실현이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되는 것이다. 내가 곧 국가이며 국가가 곧 내가 되는 것이다.

자치분권을 중앙집권과 대치되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자치분권이 중앙집권을 반대하는 의제로 치부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자치분권의 길을 가로막는 방해꾼에 불과하다. 자치분권은 중앙집권을 배척하지 않는다. 중앙집권 없이 자치분권 또한 없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중앙집권은 반드시 필요한 통치수단이다.

중앙집권이 국가통치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면 자치분권은 지역공동체 지속가능성과 발전에 소중한 수단이다. 이 두 개념은 국가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한 상호보완적 작동원리다. 두 수단의 조화가 필요하다.

자치분권은 내 삶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도구다. 자치가 실현되면 나와 내가 우리공동체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직접 할 수 있다. 참여정치를 넘어 직접 정치가 가능해진다. 주민이 직접 의사결정을 하면 지역은 더욱 더 경쟁력있는 공동체로 거듭날 개연성이 확대된다. 주민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된다.

우리가 바라는 자치분권이 현실이 된 지역공동체가 열린다. 스위스가 대표적이다. 이런 자치분권이 꽃피는 공동체로 가기 위한 교두보역할을 할 법률안들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주민주권 강화를 포함한 자치분권 확대를 위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지금 국회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내년도 예산국회가 진행 중에 있다. 남은 회기동안 밀린 입법과제 또한 처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공정경제(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3법 처리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의 명령으로 출범하게 되리라 예측해 본다. 공정경제 3법 또한 이해관계집단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조정을 거쳐서 통과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출범과 공정경제 3법 처리와 더불어 이번 회기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또 하나의 입법이 있다. 바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이다. 문재인대통령 선거공약이자 더불어민주당의 핵심의제인 자치분권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법 개정을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

올해가 지방자치법을 처리하는데 최적의 해다. 자치분권강화를 최우선 의제로 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 개정의 직접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둘러 싼 이해와 요구 충돌이 가장 적은 시기다. 지방선거가 없는 해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는 우여곡절의 계속이었다. 피 눈물 나는 건국, 배고픔의 설움을 이겨내며 이룩한 산업화, 피로 물들인 민주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얼마나 많은 땀과 피를 흘려야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을까?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는가? 질문에 또 질문을 해 본다.

결국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종은 울려야 한다. 지금 국회는 종 자루를 쥐고 있다. 자치분권을 위한 국회입법이 절실하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더 나은 자치분권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이 밀린 과제를 해결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