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열이를 살려내라’ 최병수 작가 광주서 첫 개인전 다음 세대 위한 환경보호 메시지 전달 갤러리 생각상자, 내년 1월31일까지…‘별이 된 이한열’ 등 20여점 전시 김다이 기자

2020년 11월 22일(일) 18:54

최병수 作 ‘메이드 인 코리아’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에 걸렸던 대형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 제작자 최병수 작가가 광주에서 첫 전시회를 연다.

동구 갤러리 생각상자는 내년 1월13일까지 최병수 초대전 ‘길을 걷다’를 마련했다.

갤러리 생각상자는 연말연시를 맞이해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등 지구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최 작가의 작품을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최병수 작가는 시위현장에서 배포되는 피 흘리는 모습으로 부축을 받고 있는 이한열 열사의 모습을 판화로 제작해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후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걸개그림에 담아 메시지를 던져왔던 최 작가는 현장미술로 행위예술까지 선보이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팽목항을 찾아 정의가 무너지는 곳에 여지없이 설치미술로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그는 30년 전부터 지구의 기후위기를 예의주시하며 감지해왔다.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뜨거워지고 있는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현장에서 얼음을 깎아내 펭귄조각을 만들어 녹아내리는 모습을 그대로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최 작가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펭귄 얼음조각으로 환경 퍼포먼스를 하는 환경미술가로도 알려져있다.

최병수 作 ‘별이 된 이한열’ <갤러리 생각상자 제공>

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도’를 선보이며 위태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풍자했다. 강철판을 오려 노자가 소를 타고 칼날 위를 유유자적 거니는 모습을 표현한 최 작가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전달한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바닥이 깨져 있는 항아리를 볼 수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항상 채워지지 않은 인간의 탐욕을 비꼰 작품이다. 그밖에 맷돌 어처구니에 철조망을 감아 분단된 한반도를 표현한 ‘분단 반세기’, 손목시계를 단 안경인 ‘호모타임즈’, 사랑을 퍼주자는 의미로 화분에 숟가락 등을 꽂아놓은 ‘마음 심기’ 작품을 설치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 작가의 대표작인 걸개그림 ‘한열이를 살려내라’를 재구성한 ‘별이 된 이한열’도 선보인다. 2017년 6월항쟁 30주년을 맞아 연세대에 설치한 작품과 규모만 다른 것이다. 1987년 6월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붉은 피 대신 별을 넣어 이 열사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았다.

주홍 갤러리생각상자 관장은 “최병수 작가는 정의가 무너지는 곳에 등장하면서 미술로 발언을 해온 작가로 그의 세계를 보면 걷고 있는 노자를 볼 수 있다”며 “물질주의 세상에 화두처럼 던지는 은유의 놀이터에서 최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 최병수 작가는 1983년부터 시위·노동현장을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그가 6월 항쟁 때 그린 ‘한열이를 살려내라’ 걸개그림과 판화는 이 열사의 영정으로도 쓰였다.

최 작가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밝혀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현재 여수에서 활동하면서 그림, 판화,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예술영역에서 환경보호를 주제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