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그로장, 시속 220㎞ 충돌…두 동강 나 불길 휩싸인 머신서 ‘극적 탈출’ 연합뉴스

2020년 11월 30일(월) 19:14

사고 후 병원으로 옮겨진 뒤 영상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전하는 로맹 그로장. <하스 F1팀 트위터 캡처>

로맹 그로장(34·프랑스·하스-페라리)이 지난 30일 바레인 사키르의 인터내셔널 서킷(5.412㎞·57랩)에서 펼쳐진 2020 F1 챔피언십 15라운드 ‘바레인 그랑프리’에서 충돌 사고로 화염에 휩싸인 머신을 탈출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예선에서 19위를 차지한 뒤 결승에서 19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그로장은 출발선에서 스타트한 뒤 첫 번째 랩의 3번 코너를 벗어나 직선 구간으로 진입한 뒤 속도를 끌어올려 추월하는 순간 다닐 크비야트(러시아·알파타우리-혼다)의 머신 왼쪽 앞바퀴에 오른쪽 뒷바퀴가 부딪치며 중심을 잃었다.

직선 구간으로 접어들면서 시속 220㎞의 스피드로 달리던 그로장의 머신은 서킷의 오른쪽 방호벽에 그대로 처박혔고, 커다란 화염과 함께 그로장의 머신은 두 동강이 났다.

머신을 향해 구조대가 달려가 소화기로 진화하는 동안 사고의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그로장은 30여 초 동안 화염 속에 휩싸여 있다가 스스로 탈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로장이 충돌할 때 받은 충격은 중력가속도의 53배(53G)에 달했다. 체중 71㎏의 그로장은 충돌 순간 무려 3.8t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은 셈이다.

그로장의 사고로 서킷에는 레드 플래그(적기)가 내려져 레이스가 중단됐고, 그로장을 제외한 19명의 선수는 모두 피트로 돌아가 사고 수습 상황을 지켜본 뒤 그로장이 무사히 탈출하는 모습을 보며 손뼉을 쳤다.

BBC에 따르면 레이스 도중 머신이 두 동강 나는 사고는 1991년 모나코 그랑프리 이후 29년 만이다. 또 머신에 불이 난 것은 1989년 산마리노 그랑프리가 마지막이었다.

그로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기적의 바탕에는 2018년부터 F1 머신에 적용된 ‘헤일로(halo) 헤드-프로텍션 디바이스’(head-protection device)‘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로장 역시 커다란 충돌 사고에도 스스로 머신을 빠져나왔고, 두 손등에 화상을 입은 것을 빼면 큰 부상이 없었다.

그로장은 병실에서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고 웃는 얼굴로 “메시지를 보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린다. F1에 헤일로를 도입한 것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헤일로가 없었다면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이야기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