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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이름으로 세상에 고하다]무엇을 좋아하든 뜨겁게 좋아하자

성장통에 투영된 취향 존중 눈부신 청춘의 성숙한 배려

2020년 12월 02일(수) 19:10

이 한 울 <살레시오여고 2학년>

하루만 지나도 신조어가 무더기로 나오고 새로운 아이돌 가수들이 등장한다.

‘손절’이라는 신조어의 뜻을 몰라서 친구들에게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는데, ‘절연’이랑 같은 의미로 쓰인다고 했다.

또 동생이 요즘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인 ‘NCT’를 몰라서 ‘그게 어느 도시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동생은 내 질문에 웃음보가 터졌다.

때로 내가 모르는 요즘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흔히들 ‘인싸 문화’라고 부르는데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건 ‘아싸 문화’일까? 굳이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긴 싫지만,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더 적으면 비주류라고 생각한다.

그 경계가 너무나 모호하기 때문에 정확히 나누기 어렵다. 그래서 오늘은 ‘열여덟 살, 학교를 다니는 아싸인’ 나에게 초점을 맞춰 주류와 비주류를 말하고 싶다.

남들과 다른 것을 좋아한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곤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반에서 친구들과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친구들은 ‘멜론’ 차트 100위 안에 있는, 당시 인기가 많았던 TV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의 경연 곡을 골랐다. 이른바 최신 인기가요 말이다. 내 차례가 왔다. ‘Red Hot Chilli Peppers’라는 미국 록 밴드의 ‘Dani California’라는 곡을 틀었을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모두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보았고 한 친구가 말했다. “이런 노래를 왜 들어?”

중학교 시절,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루한 일상 속에서도 이어폰 하나만 꽂으면 일상이 영화 같아 보였다. ‘Dani California’를 들으면 신나게 음악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의미 있는 노래인데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웠고 취향을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친구들이 미웠다. 이후 그들은 나를 ‘이상하다’고 하거나 심하면 ‘찐따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는 내 취향을 숨겼는데, 중학교에서는 저런 말을 들었음에도, 오기가 생겨서 더 나에 대해서 표현하고 다녔다. 지금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순간 정적이 흐르는 경우는 많다.

상대적으로 주류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기 어렵다.

신인 아이돌을 잘 몰라서 대화에 못 끼고, ‘사이코지만 괜찮아’ 같은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대화의 흐름이 끊겨 어색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배워야 하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던데.

6월부터 8월까지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에서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는 ‘우물 밖 디자인’에 참여했다.

함께했던 ‘초이’가 나에 대해 “옛날 것들을 좋아하고 자주 찾는 또래가 있어서 새로웠어요.”라고 말했고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예전에 했던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10대 시절 들었던 음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아마 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걸.”

나는 오래된, 하지만 보물 같은 음악을 찾아내길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듣던 ‘김광석, 최백호’ 등등. 또래들보다 부모님 세대가 좋아하는 ‘7080’ 음악을 더 스스럼없이 받아들였다.

지금 대중음악에는 없는 다른 독특한 매력과 정서에 매료돼서 스스로 찾아 듣는 경지에 이르렀다.

옛날 노래를 좋아하면 주변에서 ‘힙하다’ 혹은 ‘쿨하다’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에겐 무척 특별하지만, 그렇다고 더 잘난 취향이라 할 수는 없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열정은 대상만 다를 뿐이지 누구나 똑같이 지니고 있다. 그러니 ‘더 멋있다’는 반응은 이상하다. 대중적이지 않은 것을 좋아한다고 유별나고 특별하진 않다.

완전히 취향이 맞는 사람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인싸’와 ‘아싸’로 편을 가르지 말고 조금 더 서로를 존중하면서 대하면 좋겠다.

나의 취향과 달라서 싫어할 수는 있겠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무작정 두려워하거나 따갑게 보지 말고 이해와 존중으로 대하자.

힘든 하루를 이겨내고 매일 매일을 살게 하는,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것들이 있기에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무시하거나 내가 주류에 속하지 못해서 두렵다면 그냥 있는 힘껏 자신을 표현했으면 한다.

주류든 비주류든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뜨거운 마음은 다들 똑같으니까. 그러니 오늘도 뜨겁게 좋아하고 사랑하자,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