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 가을을 남기고 간 흔적 - 시 리정훈 |
| 2020년 12월 07일(월) 1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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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꽃 붉게 타는 산자락이 좋아
짙노란 들녘 가득 찬 벼 내음
콩 팥 검게 익어가는 밭두렁이 좋아
파랑새 수수 꽃 붙들고 님을 부르면
옥수수꽃 수술 빙그레 웃고
고추잠자리 서성거린다
호박덩이 박덩이 풍만한 엉덩이 다 내놓고
뜨거운 가을볕에 달구고 있구나
외할머니 집 가는 길 손자 녀석
푸드덕 장꿩 나는 하늘 가리키며
와, 와, 무슨 새지
메뚜기 잡아요 방아깨비 잡아요
해가 저문다 어서가자
말없는 손자 녀석
잡았다 이놈 억지로 뛰려고
외할아버지 같이 가요
노을 진 저녁 치렁치렁 열린 감들
섬섬옥수 솟아오른 무 밭
빠알간 고드름 고추 눈이 맵구나
흰 연기 피어오른 산마을
손자와 함께 가는 길이 좋아
가을을 남기고 간 흔적이 좋아
<리정훈 약력>
▲광주시인협회 부회장
▲광주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공간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