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의 집 / 이종환 |
| 2020년 12월 13일(일) 1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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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대학들이 개학을 연기할 때만 해도 학숙 역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입사를 연기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집에서 지내도록 했다. 설마 오래 가겠느냐, 따뜻해지면 괜찮을 거다 하는 안일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감염 위험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학교 개강 시기는 계속 연기됐다.
학생들이 겪는 현실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러 가야하거나 또는 전공 성격상 학교를 가야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최대한 면학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학숙 입장에서 그들이 겪어야 하는 딱한 사정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 보기로 했다.
매뉴얼이 중요했다. 비전문가인 직원들은 자의적 판단을 하면 안된다. 중대본, 광주시, 전남도의 대응계획에 따라 매뉴얼을 준비하고 그대로 실천했다.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어 검사를 받은 학생은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않는 부출입구를 통해 학숙에 들어왔고 바로 격리실로 들어갔다. 은평구 보건소에서는 공식적인 검진 대상자가 아니어도 학생들이 필요로 할 때는 무료로 검사를 해 주고 결과를 속히 알려주었다. 고마운 분들이다.
꼭 필요한 경우 외에 외부 출입을 금하고 외박은 신고를 하도록 했다. 학생들간 호실 방문도, 몇몇의 모임도 금지했다.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 체력단련실, 독서실, 컴퓨터실을 가능한 개방하려고 노력했지만 공간이 부족한 은평관에서 학생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직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바로바로 현장에 적용했다. 학숙 입구에 소독액이 뿌려진 매트를 깔았고 택배함도 건물 바깥으로 옮겨 택배원들의 건물 출입을 줄였다. 신경을 많이 쓴 곳은 식당이다. 식사시간을 층별로 구분하여 원천적으로 접촉을 줄일 수 있게 했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손을 씻으라는 배너를 피해가야 할 정도로 귀찮게 했다. 식탁에는 마스크걸이 까지 부착했고 재활용 시책과는 전혀 맞지 않지만 일회용 장갑과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게 했다.
무엇보다 소독에 중점을 두었다. 학생들이 지나는 곳, 머무는 곳에는 손소독기를 비치했고, 휴대용 소독용기를 지급했다. 식당은 식사 전후로 식탁과 바닥, 대면 차단용 아크릴판을 닦고, 공용공간은 매주 1회 직원들이 직접 방역복을 입고 소독액을 살포한다. 불편함을 같이 겪고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학생과 직원들이 공동체의 하나로 이어진다.
이번 연말 몇몇 학생들이 은평관 소식지와 내년 책상 달력을 만들고 있다. 학숙내 라디오 방송도 한다. 통제된 환경 속에서 생길 수 있는 무력감을 덜고 자신들의 경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일’ 제안을 받았는데 여기에 호응을 해 준 학생들이, 짧게는 한 해의 마무리요 길게는 은평관의 전통을 만들기 위한, 주춧돌을 놓아가고 있다.
은평관 소식지와 달력은 재사생과 가족, 그리고 은평관 운영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드리려고 한다. 학부모님들은 은평관의 모습을 글로 사진으로 보실 수 있고, 자식들의 대견한 모습을 찾으실 수도 있겠다. 학숙을 도와주시는 분들께서는 학생들이 드리는 감사의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보람과 기쁨으로 이어진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남도학숙은 출신지가 같은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며,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를 함께 보내는 곳이다. 학숙 운영방향이 이들의 장래는 물론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보다 폭 넓은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도학숙이 또 하나의 집이자 학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