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시대와 한국의 위기 / 박대우 |
| 2020년 12월 17일(목) 1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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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인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306표로 트럼프 대통령이 확보한 232표를 훨씬 앞섰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이슈와 논쟁으로 치러진 탓에 바이든 당선인 역시 미국 내 갈등을 의식한 통합과 치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에 대해 승자독식 구조를 갖고 있는 미국 대선 시스템을 감안한다면 두 후보 간의 경합지역이 많았고,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규모나 열기도 대단하다. 4년 후 또 다시 트럼프의 재도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무거운 부담이 따를 것이다. 기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중에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정책을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중국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류변화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막 시작되던 시점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이용한 중국 제어전략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지만 선거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당선이 확정 된 이후부터는 변화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1단계 협상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디테일한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강한 권한을 십분 활용하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협상을 추진하고 미국의 단독제재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신임 대통령은 동맹국과의 협력과 시스템을 통해 촘촘하고 완벽한 압박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미국의 정치권은 중국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행정부와 관계없이 추진되는 가운데 중국 억제를 위해 2021년 예산으로만 무려 22억 달러가 투입되는 국방수권법(NDAA)을 하원과 상원이 그야말로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중국과의 경제 분쟁을 넘어 군사 분쟁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냉전시기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에서 중동으로 이어졌던 미국의 국방 전략이 이제는 아시아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대만의 군사장비 현대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역시 무기개발과 생산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유럽은 물론이고 대만과 일본을 비롯한 우방국과 주변국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당연히 한국 역시 한 축으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두고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 각국의 시각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중국의 문제는 세계의 문제이고, 공산당 1당 체제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는 서방 국가들의 인식 변화는 이념과 경제를 분리해왔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다. 극심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호주와 중국의 위태로운 상황은 그 변화를 알리는 서막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사드배치를 비롯해서 주한미군 감축과 주둔비용 협상이라는 무거운 짐도 내려놓지 못한 상태이다.
경제지표만 놓고 보더라도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26%이다. 이에 비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은 14%이다. 인구를 살펴보면 중국은 14억명, 미국은 3억명으로 시장성 측면에서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환율 상관계수 역시 우리나라는 중국과 밀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기반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뿐더러 강력한 외교력으로 국제질서를 이끌고 있다. 더구나 경제인 출신으로 비즈니스 마인드를 우선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의회주의자이고 국제질서 속에서 진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대립이 시작되면 양쪽 모두 확실한 우리의 입장과 방향을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있다. 어려운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대응방법을 마련하는 선제적 대응에 정부와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멱살잡이나 할 때인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