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몇 마디 / 김종시인

2021년 01월 18일(월) 19:29

▲누구에게나 새해를 맞는 마음은 출발선상의 운동선수처럼 특별할 수밖에 없다. <새해맞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 새해의 시간을 노래하고 있다. 그 자리에 탐욕의 돌무지도 치우고 분노의 해충들도 몰아내고 미혹의 잡초도 뽑아내고 행실의 바른 이랑도 손봐야 하고 지혜의 물꼬를 터서 무명의 배수로도 연결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 일손’으로 다음의 일들을 챙기는 시간이 새해 첫날의 마음가짐이다.

▲“아직도 손바닥에 꽃향기가” 나는 봄, 그 한 움큼의 자리에 시인은 ‘첨벙!’ 돌덩이 를 던져 넣는다. 은빛 파편을 따라 꽃들은 흩어지고 새들은 날아오르고 노송은 흐물거린다. 세량지에 벚꽃이 피고 가을 단풍이 불붙으면 전국의 사진가들이 앞다투어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장관이다. 이곳에서 시인은 물 면에 내려앉은 ‘숲의 고요’를 지켜보다가 ‘은빛 파편들’을 감촉하러 호수에 손을 담근다. 한 폭의 수채화로도 손색없는 <세량지의 봄>은 화순군이 자랑하는 ‘팔경’중 하나이고 시인도 꽃향기 나는 한 조각 자연물로 원위치 한다.

▲<다섯 번째 계절>이라! 제목부터가 심상찮다. 이 시는 화자가 추억 위에 길을 내고 지금의 거처에 도착할 때는 첫눈 오는 날이었고 마주친 여러 일기불순을 이야기한다. 그는 바다 건너 하늘을 날아서 알약처럼 삼키던 “저마다의 뾰족한 별”을 체험했고 그걸 이겨내는 과정에서 ‘산다는’일을 멀미하듯 “게우고 침묵”해가며 조심조심 유채꽃을 피워냈던 것이다. 포토존에서 브이를 그려 보이려고 귤빛 가슴에 시동을 걸었어도 세상은 창백한 손가락일 뿐이다. 생에 대한 연민이 스민 이수윤의 시조는 결코 쉽지 않는 시간들을 반추하고 있다.

▲숱한 고뇌와 고독을 체험하지 않고는 탄생할 수 없는 것이 명작이라는 화두를 담아낸 문장이 수필 <사랑방>이다. 작가는 새싹들이 고개 내밀고 매화가 피어나는 새봄에 좋은 작품 창작하기 위해 열공하는 ‘ㅁ’도서관 사랑방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우리 선조들에겐 ‘사랑’으로 쓰는 방이 있었고 집의 안채와 떨어진 곳에 바깥주인이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이 사랑방이었다. 쇠죽을 쑤는 관계로 담배연기 땀냄새 쇠죽냄새가 자욱해도 이들은 꾸밈없는 고향냄새였다. 마을 어른들이 소쿠리나 망태를 엮고 가마니도 짜던 사랑방엔 늘상 구수한 옛날이야기가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