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정치(正治) 되는 세상이 보고 싶다 / 오수열

2021년 02월 03일(수) 18:31

오수열 광주유학대학장/조선대학교 명예교수

일 년 내내 코로나19에 시달렸던 2020년이 지나가고 2021년에 들어서면서 우리 국민들 모두는 새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사회 및 경제활동이 다소라도 자유스러워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당초에는 서울 남부구치소를 비롯한 교정시설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우리들을 경악케 하더니 그 후에는 특정 종교의 선교시설과 교회가 확진자 증폭의 온상노릇을 하고 있다.

마침내 정부는 1월31일까지만 참아 달라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설 연휴가 끝나는 2월14일까지 연장함으로써 영세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지 않나 싶다.

드디어 특정 업종의 상인들이 정부당국의 방역정책에 반기를 들고 과태료 등의 처벌을 감수하더라도 영업을 재개하겠다는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정치권에서는 추·윤 갈등이 다소 진정세를 보이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문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냈다는 USB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지원 내용이 담겼다는 야당의 의혹제기로 다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사실 미니 대선(大選)에 해당된다는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두 정당이 명운을 걸고 겨루는 정쟁(政爭)에서는 ‘죽기 아니면 살기’의 살기마저도 느껴지고 있다.

그렇지만 정치(政治)가 무엇인가? 구성원인 국민들의 의식주와 안전을 보장하는 일련의 과정이 정치라고 할진데, 코로나19의 위급상황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위무하고 희망을 갖게하여야 할텐데 오히려 불안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보여준 공화·민주 양당의 대립과 국민들의 분열상 속에서 미국의 현실과 장래가 궁금하여 ‘미국의 정치사’를 다시 읽고 있다. “과연 미국의 민주주의에 희망이 있는가?”라는 의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250년의 미국 정치사를 볼 때, 트럼프 집권 4년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독립전쟁은 물론이고 남북전쟁, 제1차 세계대전, 대공황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워싱턴·링컨·윌슨·루즈벨트 등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이 보여주었던 민주주의 정신과 결단의 리더십은 갈등을 극복하고 대통합을 도모함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미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지난날의 변방에 위치한 조그마한 약소국가가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자주 국방력을 지난 G-20의 멤버로써 중견국가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은 과제는 아직도 후진의 티를 벗지 못한 정치 수준을 끌어 올리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과정이 보다 투명해져야 하고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앞에 정직해져야 하겠다.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더라도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투쟁과 공약의 남발에서 벗어나 선의(善意)의 경쟁을 통한 국민의 선택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국민의 수준에 가장 뒤떨어진 분야가 정치라고 하는데, 더 이상 정치가 국민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마도 지금처럼 혼란스러웠을 춘추말기(春秋末期)에 공자(孔子)가 강조한 것처럼 ‘정자정야’(政者正也)의 세상이 될 때 우리 정치도 국가발전에 순기능적으로 작용하는 선진정치로 나아갈 수 있음을 신축년(辛丑年) 정초에 새삼 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