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가족간 ‘공감적 대화’가 백신 / 정서연
2021년 02월 04일(목) 18:23
정서연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책임연구원
제46대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의 취임과 함께 그의 아버지와 관련된 일화가 화제다. 1972년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 교통사고로 전 부인과 딸을 잃고 방황할 때 그의 아버지가 건넨 ‘딕 브라운’의 두 컷 만화(공포의 해이가르)와 조언 때문이다. 바이킹 해이가르가 자신이 탄 배가 폭풍우로 좌초돼 신을 원망하며 “왜 하필 나입니까(Why me)?”라고 외치자 신이 “왜 넌 안 되느냐(Why not)?”라고 되묻는 내용이다. 아버지는 “얘야, 세상이 네 인생을 책임져야 할 의무라도 있니? 어서 털고 일어나”라고 조언했다. 바이든은 개인적 비극을 겪을 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바이든의 일화처럼 부모는 가장 영향력 있는 스승이다.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영향력은 매 순간 발휘되는데, 특히 영유아 시기에 가장 강력하다. 코로나로 삶의 틀이 달라지고 휴원, 재택근무 등으로 자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와 대화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해결 방법을 문의하는 부모도 많아졌다. 이런 부모에게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감 대화’를 추천한다. 평소 가족대화에서 듣기와 말하기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가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이야기하는 동안 부모가 하던 일을 멈추고 눈과 몸을 맞추며 집중해 듣고 있음을 보여주면 좋다. 그리하면 아이는 편안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할 수 있다. 특히 아이의 이야기를 비판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며 대화에 적극 참여하는 반영적 경청(Reflective Listening)이 필요하다. 부모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네가 그런 마음이었구나”, “집에만 하루 종일 있으니 힘들지”, “그래서 속상했구나(좋았구나)”라고 아이의 긍정과 부정의 마음 모두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는 대화법으로 ‘아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기(Mirror Talk)’가 효과가 크다. 동생이 방해해서 화가 났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훈계보다는 “동생이 너를 방해했구나. 그래서 화가 나고 속상했구나”라고 아이의 말을 따라해 주면 아이는 공감 받았다고 느끼며 부모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부모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한다. “네가 내 아이라서 정말 행복해. 사랑해”와 같이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말로 표현한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도 부모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이때 아이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강압으로 지시한다면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부모에게 적대감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상황이 왜 잘못된 것인지, 이로 인해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말함으로써 아이는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나-메시지(I-Message) 전달법’을 활용해 보자. 자녀가 잘못한 점에 초점을 맞추어 비난하기보다 부모의 감정과 상태를 말해주어 아이가 상대방의 감정 및 입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맨날 뛰니까 넘어지잖아. 조심하랬지”가 아니라 “많이 놀랐지?”, “네가 이렇게 뛰어다니면 걱정이 돼. 다칠 수도 있거든”, “앞으론 걸어 다니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공감 대화는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갈등을 줄여준다.

마지막으로 비언어의 몸짓도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눈맞춤, 미소 짓기, 안아주기, 토닥이기와 같은 표정과 행동은 많은 메시지를 담는다. 아이와 대화할 때 눈을 맞추거나 머리를 쓰다듬는 비언어의 몸짓을 함께 사용하면 메시지가 더욱 잘 전달된다.

역사학자 시어도어 젤딘(Theodore Zeldin)은 “생각은 거대한 어둠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대화는 그 어둠을 꿰뚫고,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인간이라는 우주의 마음속으로 빛을 비춘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은 특별하지 않은 대화에도 생명을 불어넣는다. 거창한 이벤트보다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서로 용기를 주는 말이 코로나 시기 아이에게 백신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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