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복이어야 하는가? / 최형천

2021년 02월 07일(일) 18:11

최형천 (주)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 백신의 접종이 시작됐고, 치료제 승인에 대한 소식이 전해져 오는 것을 보면 적어도 금년 내에는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금년 초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지원금은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동시에 고려해 방역 조치로 벼랑에 몰린 취약계층과 피해계층을 두텁게 도와드리겠다”고 언급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조심스럽게 회복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로 국민들에게 힘을 주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재난 상황에서는 안도와 공포가 공존한다. 다행히 직격탄을 피한 사람들은 우선 안도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언젠가 그들처럼 될 것 같아 두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사람이 고통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고, 한계선상에서 고립되어 절망감에 빠져 있다. 이런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도 무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우선 우리의 삶이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다르게 살아야하며,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가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을 지원하고 경제를 살리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민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지구적 재난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혁파하고 위난이 발생해도 국민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새로운 사회구조를 구상해야 한다. 그간 우리 삶을 규정하며 불평등을 야기한 시장만능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바란다. 재난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은 끔찍한 역사적 사건이었지만, 빈부격차가가 가장 적었던 시절이었다. 당시 미국의 부유계층은 수입의 90%를 세금으로 국가에 헌납했다. 국가가 무너지면 가장 큰 피해자는 부자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응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걸 설득한 미국정치인들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가 어려울 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일깨워야하는 것이 정치인의 몫이다. 위기의 시대에 정치적 역할을 맡았다면 시대적 소명에 응답해 기득권세력을 설복시키고 틀을 바꿔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수혜자들은 다음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영국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시상한 영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는 이런 수상소감을 남겼다. “이 상을 받아 마땅한 많은 동료 배우들에게는 제가 누리고 있는 이 특권이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게도 저도 그 문제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인 인종차별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차별 구조를 만들어 지속시키고, 그 안에서 이득을 누려온 사람들이 그 구조를 깨트려야 할 의무도 져야합니다. 바로 우리(백인들)이 말이죠” 이처럼 특혜를 입은 사람들이 스스로 그것을 내려놓을 때에 세상이 달라진다.

시련이 있기에 우리는 삶의 가치를 재확인하게 된다. 또 고난을 계기로 당연시하며 상실했던 균형감각을 되찾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무엇이 가치 있는지, 균형 잡힌 사회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인간의 고통은 함께 나눌 때 견딜만해진다. 시민들은 좀 더 원대한 꿈을 꿀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생계가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하고 그런 정책에 긍정적 사인을 보내야 하지만, 우리 미래 세대의 행복을 위해서는 기울어진 사회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재난은 그저 불행하고 피해야만 하는 사건이 아니라 변화의 기회이며 바람직한 미래를 상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진정한 회복을 열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