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공항 문제, 결자해지의 자세로 풀어야 / 문채주 |
| 2021년 02월 10일(수) 1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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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버린 광주 민간공항과 군공항 이전 문제를 각자도생이 아닌 광주·전남 상생이라는 대의를 위해 누가 결자해지를 해야 할 것인가?
이용섭 광주시장은 2018년 6월 당선인 시절 ‘조건 없는 민간공항 이전’을 먼저 제안했고 같은 해 8월에는 광주·전남·무안 3자 협약으로 ‘2021년까지 광주 민간공항 통합’을 약속했다. 중앙정부는 3자 협약을 지자체 간 합의로 보고 국가계획에 반영해 호남KTX 2단계 사업, 기반·편의시설 확충 등 후속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광주시는 일부 광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앞세워 “광주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연계해 이전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 이는 ‘조건 없는 민간공항 이전’이라는 350만 시·도민들과의 약속과는 다른 내용으로 3자 합의는 사실상 파기 수순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군공항 이전은 2014년부터 광주시가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했고, 2016년 국방부의 ‘적정’ 승인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해 5월부터는 광주시·전남도가 협력해 종합 지원 대책을 발굴했다.
진정성 있는 노력에 중앙정부가 화답해 지난해 11월에는 국토부, 국방부 등 중앙정부가 참여하는 실무 논의기구를 발족했다. 첫 회의에서 4개 기관은 ‘군공항’ 이전지역 지원 대책만을 실무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애석하게도 광주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속적으로 ‘민간공항’ 이전 시기를 실무 논의기구에서 결정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전남 화합과 상생을 간절히 염원하는 지역민 입장에서는 걱정만 깊어지고 있다.
광주시의 약속 번복으로 인해 어렵게 마련한 중앙정부와의 논의 기회도 물거품이 될까 걱정스럽다. 광주에 있는 기피시설을 두 손 들어 환영할 곳은 없다. 광주시는 전남지역 기초지자체의 반대 시위와 비협조 때문에 공항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미루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광주시가 현안 과제인 군공항 문제를 민간공항 이전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군공항 문제 해결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기피시설을 보내는 주체인 광주시가 이전대상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좋은 사례가 있다. 지난해 8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부지가 경북 군위와 의성으로 결정됐다. 군공항 뿐만 아니라 유치시설인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하는 통합신공항이다. 종전 부지 보유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에서는 광역 교통망, 부대시설, 지역개발 사업 등 추가 지원 대책을 적극 마련해 이전지역에 제시했다.
핵심 국가시설인 군공항을 이전하는 중앙정부도 국가 안보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업의 당사자라는 책임의식을 갖고 이전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지원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1년 2월 현재, 광주시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2년 6개월이라는 천금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2018년 협약 체결 이전으로 돌아간 현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의회 연설 등에서 4자 협의체를 통해 공항 문제를 해결하자는 도돌이표 주장은 꼬인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광주·전남의 백년대계를 결정 짓는 중차대한 현안 과제인 시·도 행정통합 논의도 도미노 무너지듯 중단돼 참으로 안타깝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지금이라도 광주시는 일방적인 약속 파기를 철회하고 ‘민간공항 이전 합의 이행’ 등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도민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고 군공항 이전 논의를 위한 성숙한 여건이 조성된다면 전남의 기초지자체들도 대화의 장으로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차방정식으로 꼬여버린 광주공항 이전 문제를 결자해지의 자세로 해결하려고 하는 책임 있는 광주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