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몇 마디 - 김종 시인

2021년 02월 15일(월) 18:36

▲시 <신축년의 해오름>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갖는 소망의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이다. 한 해가 되면 지난날의 한숨이나 ‘어두움’ 따위는 거센 삭풍에 날려버리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희망이란 이름으로 올려 세워 송구영신의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새해가 찾아올 때 계절은 겨울인지라 헐벗은 나무마다 소담스런 눈꽃송이가 피어나고 숱한 시련과 아픔 따위는 간단없이 날려버리고 꿈빛 노래로 퍼져 오른 새해 아침에 순결 영혼 같은 해돋이를 보며 희망의 돛 올리고 두 손 모아 간구하는 마음을 읽는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설과 추석이라는 두 개의 큰 명절이 있다. 이날만 되면 가족들이 모이고 ‘괴괴ㅎ던 온 집안이’ 왁자지껄 웃음꽃이 피고 물들어온 바다처럼 활기에 차고 그들먹해진다. 시조 <설>은 “새끼가/새끼를 낳아/안고 업고 걸려들 왔다.”면서 먹지 않아도 배부른 옹골진 행복감을 노래한다. 그러나 밀물 뒤 썰물처럼 ‘웃음꽃, 한물에 지면/또 한해를/어찌할꼬’라며 무망한 허전함을 드러낸다. 마치나 봄을 기다리는 희망의 시간이 봄을 여읜 설움으로 바뀔 때를 노래한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연상된다.


▲시 <시인과 화가>는 서로 다른 재료로 공통의 목적인 예술의 구현에 가담하는 예술인이다. 굳이 시인이 ‘언어’를 수단 삼는다면 화가는 ‘색채’로 작업한다. 이창민 시인이 요량한 화가와 시인은 각각 ‘물감으로 시를 쓰고’ ‘가슴으로 그림을 그리’는 자들이다. 요컨대 동일한 사물일지라도 서로 다른 시각을 투여하면서 한쪽은 짧고 은밀한 붓끝을, 다른 한쪽은 길고 정직한 붓끝을 구사하지만 “한 글자, 점 하나에도/우주의 숨소리가 살아 있다”는 점이 읽힌다. 위의 작품은 한마디로 왕유의 시 “畵中有詩 詩中有畵”가 떠오른다.


▲수필 <등잔불의 추억>에서 우리는 지난날 추억의 아련함을 읽는다. 석유등잔에서 양초를 거쳐 물레방아 전기불까지의 과정을 정감 있게 그린 이 작품은 변압기 고장으로 불과 4시간의 양초 타임도 견디지 못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행태를 스미듯이 이해시키고 있다. 나이 든 세대는 그 희미한 불빛 아래서 새끼도 꼬고 수도 놓고 글도 읽고 아이들도 기르면서 오늘의 이 나라를 만들었다. 그래도 그 시절은 사랑도 인정도 웃음도 많았던 시절이기에 뒤돌아볼수록 아련하고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