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길릭, 30년 작업 진수 광주에 선보인다 광주시립미술관, 亞 최초 ‘워크 라이프 이펙트’展 디지털 시대·전염병 등 복잡한 긴장 속 끝없는 탐색 다중적 의미 빛·형태의 다양성…몰입적 공간 재탄생 김다이 기자

2021년 02월 24일(수) 19:36

Factories in the Snow.

Happiness Predictions from Striatal Activity.

리암 길릭

아시아에서 열리는 최초의 리암 길릭 전시 ‘워크 라이프 이펙트’가 오는 6월27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1층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지난 30년간 그가 진전시켜온 주요 주제들을 한데 모아 미술관 1층 공간을 완전 탈바꿈해 하나의 몰입적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그가 이제껏 탐구해왔던 주제, 즉 생산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관심, 일의 다양한 양태들 및 동시대적 추상에 대한 끝없는 탐색을 이어간다. 이는 일과 삶 간의 복잡 미묘한 긴장과 조화를 암시하는 전시 제목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워크 라이프 이펙트’는 디지털 시대와 전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이라는 현 상황에서 일과 삶의 점진적 합류의 가속화가 가져오는 영향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의 초점은 이러한 양태들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우리가 새로운 생활환경에 놓였을 때, 우리가 인지하고 경험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다중적 의미의 빛과 여러 형태를 통해서 드러내고자 함에 있다.

전시는 내·외부 공간 모두를 점유한다. 이 구역에서 우리는 벽에서 발산하는 커다란 공식들을 보게 되며, 이는 마치 우리 삶과 결부돼 있는 분석 데이터가 가시화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도시의 밤거리에서 볼 수 있는 네온 불빛들은 인간의 행복을 계측하는 도구들로 대체된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불빛들은 움직이는 그림자의 파도를 만들며 우리에게 그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거기 있음을 알려준다.

기존의 구조물이 제거된 미술관 안에는 반자율적 공간으로 작용할 두 개의 커다란 건축적 공간이 세워진다. 하나의 공간 안에 있는 이 두 개의 공간들은 작가의 작업이 가지는 두 개의 역설적인 측면들을 보여준다.

즉 사회적 삶, 경험 및 갈등이라는 시학 그리고 그 시학과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추상성이다. 각각 워크 라이프 이펙트 스트럭처 A, B로 명명된 두 공간은 모두 상가의 정면 또는 거대한 진열장과 닮아 있다. 환하게 밝혀진 이 공간들의 파사드는 유리로 된 듯 보인다. 하지만 이 유리의 존재는 환영일 뿐이며 우리는 쉽게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워크 라이프 이펙트 스트럭처 A’에는 추상적 형태의 ‘Fins’와 ‘Horizons’ 시리즈 신작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추상적 벽거치 형태의 작품들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건축, 산업 및 소통의 세계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명백히 동시대적인 요소들을 슬며시 가리킨다.

이 작품들은 가짜 천장과 격벽에 대한 그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대적 공간 구조물에 존재하는 냉각핀, 데이터 서버, 통풍구의 외형을 떠올리게 한다.

‘워크 라이프 이펙트 스트럭처 B’에는 디지털 피아노와 스노우머신으로 구성된 작품인 ‘Factories in the Snow(Il Tempo Postino)(2007)’가 있다. 작가가 제공한 미디파일을 자동으로 연주하는 피아노는 군사정부에 대항하는 1974년 포르투갈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데 쓰였던 민중가요의 완벽한 재연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하나의 측면은 미술관 로비와 북 라운지를 거쳐 미술관 건물의 뒤쪽까지 아우르며 전개된다.

낮은 탁자들과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들이 비치될 이 공간들은 비공식적 모임, 공부 및 연구를 위한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교육, 공연 및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이 이들 공간에서 그리고 전시 자체를 통해 생산될 것이다.

/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