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 26일 개막 팬데믹 시대, 인류 외로움 고립 퍼포먼스 스위스 파빌리온 프로젝트, 세계 최초 공개 공연·건축·음악 융합 …노트북이 대신한 얼굴 대만 파빌리온 민주주의 발전 등 과거 역사 재조명 김다이 기자

2021년 02월 25일(목) 18:57

스위스 파빌리온프로젝트로 안무가 안나 안데렉이 만든 ‘얼론 투게더’ 공연은 다음달 3일까지 은암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공연은 4명의 여성 퍼포머들이 네트워크 공간을 형성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김다이 기자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스위스 쿤스트하우스 파스콰르트(Kunsthaus Pasqart)와 은암미술관이 공동으로 주관한 스위스 파빌리온프로젝트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개막 하루 앞둔 25일 은암미술관에서 사전공연이 펼쳐졌다. 짙은 어둠 속 LED신발을 신은 여성 퍼포머들이 하나둘씩 파빌리온 사이사이를 걷는다. 관객들은 이들을 따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퍼포머들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는 듯한 손짓을 하며 움직인다. 이들은 각자의 얼굴 대신 노트북, 휴대폰 등 전자기기의 스크린 속 화면과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스위스 파빌리온프로젝트가 26일부터 3월3일까지 은암미술관에서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공연으로 매일 5시간씩 진행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미술관 내 15명 이내 입장으로 관람가능하다. 아쉽게도 퍼포머들의 직접 선보이는 공연은 다음달 3일까지만 만나볼 수 있지만, 공연 안무를 보여주는 비디오 영상과 박수환 감독의 영화는 5월9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8년 한국과 해외의 미술기관 간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확장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와 독립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광주의 역사적인 장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발굴하고, 해외 미술 현장을 광주로 집결, 광주 지역 작가를 비롯한 한국 작가들을 해외 무대에 알리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파빌리온프로젝트를 계속 확대해나가면서 문화예술을 통한 국가 간 교류의 장이자 시각 예술 플랫폼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위스 안무가 안나 안데렉(Anna Anderegg)이 유럽과 한국의 예술가들로 이뤄진 팀과 함께 퍼포먼스와 설치미술로 구성됐다.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는 네 명의 여성 무용가들이 디지털 연결로 이뤄지는 온라인상의 감정이입, 관심, 고립, 부재 등으로 고심하는 모습을 다층적 서사를 통해 풀어낸다.

기술, 소비지상주의, 셀레브리티 문화, 그리고 환각적인 요소를 포함한 퍼포먼스와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을 통해 도시환경에서의 사람들의 삶의 공간에 주목하며, 인간의 신체가 존재하는 영역을 탐구한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노출됨에 따라 현대 사회는 비대면을 초점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안나 안데렉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해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실제 신체적 거리와 디지털시대의 변화에 따른 신체적 거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삶의 공간은 또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본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퍼포먼스는 퍼포머의 행위로 네트워크 공간이 형성되고 관객은 그 안에서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기획됐다.

안나 안데렉은 스위스 국립 무용상인 준 존슨 어워드(June Johnson Award), 독일 문화창의인재상 등을 수상했으며 유럽, 아시아, 미국 등지에서 공연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건축 스튜디오 다이아거날 써츠(Diagonal Thoughts)의 김사라 건축가가 공간의 건축학적 요소를, 미디어 아티스트 마르코 바로티(Marco Barotti)가 사운드 디자인을, 패션 디자이너인 안토니야 이바노바(Antoniya Ivanova)가 의상 디자인을 담당했다.

안나 안데렉은 “우리는 갑작스러운 제약, 외로운 격리, 놀라운 조치, 연기, 비행 취소, 비자문제, 팀내 조율, 급한 일정을 거쳐 일해왔다”며 “퍼포머의 물리적 신체의 부분과 디지털 신체의 부분이 하이브리드로 융합되고, 휴대폰의 스크린은 그들을 거느리는 신체에 녹아드는 안무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파빌리온 공연의 동일 기간 동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대만파빌리온이 진행된다.

대만동시대문화실험장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 5관에서 대만파빌리온 ‘한 쌍의 메아리’를 선보인다.

대만국가인권박물관, 타이페이공연예술센터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대만 파빌리온은 대만과 한국 속 민주주의의 발전, 인권 추구, 자유, 등 보편적 가치들을 탐구한다. 8개 그룹, 총 14명 대만과 한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한 쌍의 메아리’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식민지, 독재정권을 거쳐 유사한 형태로 민주주의 길에 들어선 두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과 한국의 현대사를 조명한다.

또한, 뤼다오인권예술축제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들이 대만동시대문화실험장과 대만국가인권박물관의 협력을 통해 다시 제작돼 이번 전시에서 재조명된다.

역사를 되짚는 모든 순간이 마음과 공명하는 전시이며 이를 통한 사고의 의식적 공간이 확장되길 기대된다.

퍼포머들은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따라 노트북,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들고 다양한 몸짓으로 공간을 채운다.<은암미술관 제공>

/김다이 기자